해마다 오작교 만드느라고 고생하오 : 七夕 / 서하 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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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작교 만드느라고 고생하오 : 七夕 / 서하 임춘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4.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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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8】
재촉하는 가을 하늘에 은하수와 달빛, 견우와 직녀의 만남, 까마귀와 까치가 지어주는 오작교(烏鵲橋) 등 칠석을 서술한 맛깔난 시를 우리는 대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기에 사람들이 이날을 기억하며 그들의 만남에 대하여 입에 오르내린다. 칠석을 노래하는 시가 이것뿐이랴. 물이 맑고 얕아지며 달빛이 풍요로운 것은 아마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으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七夕(칠석) / 서하 임춘
은하수 저리 맑고 달빛까지 풍요한데
이 밤에 만난 신선 이 또한 좋지 않나
까마귀 오작교 만드느라 저렇게들 고생한데.
銀河淸淺月華饒 也喜神仙會此宵
은하청천월화요 야희신선회차소
多少人間烏與鵲 年年辛苦作仙橋
다소인간오여작 년년신고작선교

해마다 오작교 만드느라고 고생하오(七夕)로 제목을 붙여본 고시체 중 첫 번째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하(西河) 임춘(林椿:1148~1186)으로 이인로, 오세재 등과 함께 강좌칠현의 한 사람이다. 한문과 특히 당시에 능하였다고 전한다. 친구 이인로가《서하선생집》6권을 엮어 두 편의 가전체인 국순전(麴醇傳), 공방전(孔方傳) 등이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은하는 맑고 달빛도 풍요로운데, 신선이 이 밤에 만나는 것 또한 좋으이, 인간 세상의 수많은 까막까치들, 해마다 오작교 만드느라고 고생하오]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칠월칠석]으로 번역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좋은 밤이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는 칠석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은하가 가로 놓여 만나지 못하자 까막까치가 날아가 직녀와 견우의 만남을 위한 다리를 놓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기억한다. 가슴 뛰는 로맨스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시작되는 위 설화의 직녀성과 견우성은 사실 독수리별자리[鷲星座]의 알타이르(Altair)별과 거문고별자리[琴星座]의 베가(Vega)별을 말하는데, 이 두 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의 속도로 다가가도 몇 십 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무의미하겠다.
예부터 부인은 음식을 차려놓고 직녀처럼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길 기원했다. 수고하는 까마귀의 밥을 지어 올려 자손들의 명을 빌며, 한해 농사의 흉풍을 점쳐 왔다.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도 같은 이 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견우성과 직녀성에 대한 이야기를 칠월 철석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자와 어구】
銀河淸: 은하는 맑다. 淺月華: 달빛이 깊다. 饒: 풍요롭다. 也喜: 좋은 일이다. 神仙: 신선. 會此宵: 이 밤에 만나다. 多小: 다소, 곧 수많은. 人間: 인간 세상. 烏與鵲: 까마귀와 까치들. [與]는 ~과를 뜻함. 年年: 해마다. 辛苦: 고생하면서, 고생하다. 作: 만들다. 仙橋: 오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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