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슬픔과 즐거움 느끼는 이 몇일까 : 賞月 / 일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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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슬픔과 즐거움 느끼는 이 몇일까 : 賞月 / 일타홍
  • 장 희 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3.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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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5】
사랑이 너무 깊으면 그 사랑을 취하는 수가 많다. 사랑이 깊어도 그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때 즐거울 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남긴다.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는 시흔(詩痕)도 만나게 된다. 시인은 남편을 위해 자기가 해야 할을 다한다. 그리고 남편의 출세 가도를 위해 혼신을 다 바친다. 이제 할 일을 다 했다는 판단 하에 달을 보며 회한에 젖으며 목숨을 다하려고 다짐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賞月(상월) / 일타홍
우뚝 솟은 초승달 오늘 따라 저리 밝고
한 조각 고운 달빛 만고에 정다워라
백년의 슬픔과 즐거움 느끼는 이 몇이 될까.
亭亭新月最分明 一片金光萬古情
정정신월최분명 일편금광만고정
無限世間今夜望 百年憂樂幾人情
무한세간금야망 백년우락기인정

백년의 슬픔과 즐거움 느끼는 이 몇일까(賞月)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일타홍(一朶紅)으로 알려진 기녀로 운명적으로 심희수를 만난다. 남편을 공부시켜 임진왜란 때 도승지로서 의주로 파천하는 선조를 호종(扈從)했다. 일타홍의 내조로 중국어도 공부하였다. 서울로 돌아와 대제학에 올랐고, 이조판서, 좌의정에 이르렀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우뚝 솟은 초승달 오늘 따라 밝고, 한 조각 달빛 만고에 정다워라, 넓고 넓은 세상 오늘 밤 달을 보며, 백년의 슬픔과 즐거움 느끼는 이 몇일까]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달을 감상함]으로 번역된다. 일타홍은 심희수의 첫 부인이지만, 정실이 되지못했기에 양반집 규수 노극신(盧克愼)의 딸을 정실로 맞이하도록 권유한다. 두 부인은 다정했고, 홀로된 시어머니에게도 극진한 효부였다. 이런 미담이 알려져 심희수가 이조낭관(郎官)에 있을 때 선조임금을 배알하는 자리에서 남편의 승진을 간청하기도 했다.
시인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소실인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기도 하고 또 남편을 오랫동안 차지한 것이 정실부인에게 죄스러워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삶의 질곡이 사무친 나머지 달을 보며 시 한 편을 남긴다.
달은 곧 시적자아의 밝음을 노래한 것이다. 비록 너 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길로 한 줌의 흙이 되지만, 유난히 밝은 달은 넓은 세상에 태어나서 백년의 슬픔과 즐거움을 함께 맛보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라고 회한(悔恨)한다. 종장 처리의 가구(佳句)를 만나면서 인간은 바르게 살아야 함을 느낀다.
【한자와 어구】
亭亭: 우뚝 솟다. 新月: 초승달. 最分明: 가장 밝다, 가장 분명하다. 一片: 한 조각. 金光: 달빛. 萬告情: 만고에 정답다, 오랫동안 정답다.
無限: 무한, 넓고 넓다. 世間: 세상. 今夜: 오늘밤. 望: 바라보다. 百年: 백년. 오랜 세월. 憂樂: 슬픔과 근심. 幾人: 몇 사람. 情: 느끼다,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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