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메시지
상태바
작은 메시지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5.03.05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학년도 마무리와 새학년도 준비로 인하여 연일 분주하였던 2월은 졸업식과 종업식 그리고 설명절에 이어 봄방학으로 마무리되었다.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비움과 채움의 숨 가쁜 기로였다. 어느새 대추나무 아래 양달 진 언덕에는 냉이가 웃음짓고, 굴뚝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쪽바람도 봄의 훈기를 가득 안겨주고 있다. 3월 첫날, 시업식장에서 마음이 들떠 있는 아이들을 향하여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작은 메시지’하나가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였다. 이거 하면 좋겠네 저거하면 좋겠네. 아이들의 귀에 수없이 들려주던 메시지들 중에 오늘 절실하게 들려줄 말 한마디는 진정 뭐가 좋을까? 생각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새 학년으로 진급을 하는 여러분!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어떤 사람은 작은 그릇이며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사람, 어떤 사람은 큰 그릇이며 훌륭한 사람으로 딱지가 붙어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꿈을 안고 노력하면 큰 사람이 되는 것이고,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렁저렁 세월만 보낸다면 작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날마다 성실히 실천하면 반듯이 그 댓가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자기의 꿈을 이루려면 먼저 좋은 습관을 형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습관은 좋은 성격을 만들고,좋은 성격은 훌륭한 사람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습관을 바꾸는 것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것은 성격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무튼 새 학년도에는 더 좋은 생활습관을 정립하여 지금의 나에서 더 나은 새로운‘나’를 창조해야 한다고, 나는 오늘 새 출발을 하는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향하여 하루하루를 알차게 엮어가기 바랍니다. 부디 여러분의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대한민국의 경쟁병>에 대한 시사문이 문득 떠오른다. 이 시대에 파생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분석한 결과 내린 종합 진단명이라 하였다. 티브만 켜면 들려오는 범죄소식과 사건 사고소식들이 뉴스시간을 장악하면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국민 누구나 절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박한 문제는 이런 참혹한 뉴스들을 어린 아이들이 쉽게 접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이 아니라 한 측면일 뿐인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만을 아이들에게 노출시키는 미디어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기 모두의 머릿속은 참으로 복잡하고 불안하다. 의문을 품고 거슬러 올라가 그 원인을 캐보면 거의가 속절없는 경쟁병에서 비롯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 컬럼에서 필자는 다윈의 진화론을 열거하면서 경쟁의 필요성과 본질적 측면을 긍정적으로 논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쟁이 한계를 넘어서 부질없는 경쟁병에 우리 모두가 구속되어 끌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느 새 맹목적인 무한 경쟁병에 잠식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먹이만을 향한 동물의 본능적인 경쟁세상과 협력과 대립의 조화를 중시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세계와의 대조인식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분명히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저마다의 개성과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독특한 달란트를 무시하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잘하여 무조건 1등을 달성하라고 최고의 관념의식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작년보다 더 노력하라고 타이르고, 다른 아이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너를 비교하라고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정해준 목적지를 향하여 왜 그리 더디 가냐고 나무라지 말고, 호시우보(虎視牛步)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스스로 자기 보물을 캐낼 수 있도록 자율선택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빠르고 느리고 이기고 지는 경쟁의식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리도 화사한 봄볕아래서 활짝 웃음도 날리며, 가을의 맑은 하늘도 바라보는 여유로움과,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생각하는 나이테를 살찌워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조언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곁에서 넌지시 바라다보며 방향감을 유도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선택할 최선의 교육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너는 다른 아이들에게 없는 너만의 무언가가 있단다. 오직 너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네 안에 숨겨져 있단다. 부디 이 세상에 빛이 되거라!> 날마다 귀에 들려주던 어머니의 작은 메시지의 힘으로 낙재생에서 천재 물리학자로 성장하는 기적을 낳았다. 다시 새 교실, 새 책상, 새 선생님을 만나 마냥 꿈에 부풀어 있는 우리 아이들의 귀에 지금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으십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