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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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봉사
  • 이영란 (종곡초등학교 교감)
  • 승인 2014.06.19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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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100년만의 5월과 6월의 폭염이며, 50년만의 봄 가뭄이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우리 교사들은 교실이 얼마나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는지 감당하기가 매우 어렵다.
난 이럴 때면 사우나를 잘 찾는다.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목욕하기를 좋아하여 몸이 좀 찌부드하면 행복한 마음으로 찾곤 한다. 좀 서먹한 친구나 여행에서 룸메이트로 생활하게 된 사람이 함께 목욕탕을 갔다 오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즐겁고 좋아하는 일에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손이 닿지 않아 남의 손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밀기 문제이다.
목욕탕에서 일하시는 목욕관리사가 없었던 시절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느끼며 약간은 쑥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시원한 등밀이를 품앗이로 해결했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점점 개인주의로 변해서 그런지 억지로 팔이 닿지 않는 등 부분을 혼자 씻느라고 고생을 하면서도 밀어 준다 하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목욕관리사에게 밀면 된다고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러나 난 아직 목욕관리사 분에게 내 등을 맡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주 기운이 없었질 긴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몰라도 말이다. 옆 사람의 등을 밀면서 얼마나 시원할까, 내가 너무 세게 밀어 아픈데도 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반대로 나의 넓적한 등을 상대방의 손에 맡겨놓으면 얼마나 시원하고 편한 마음이 생기는지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난다. 이렇게 자기의 몸을 조금만 움직여 상대방을 시원하게 해 주는 행동이 얼마나 보람 된 일인가?
25여 년 전 청주에서 근무 했을 때 일이 생각난다. 봄, 가을로 학생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는 교육행사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먼 곳으로 걸어가는 유일한 극기훈련 하는 날이다. 자동차와 수련 시설이 흔하지 않던 때이므로 청주에서 꽤 먼 서청주 솔밭공원으로 1시간 30분을 걸어 도착하였다.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지금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풍경이겠지만 그 당시에는 소풍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일정인 재미있는 보물찾기를 한 후 모든 학생이 뛰어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동안 한 어머님의 행동에 난 한숨을 쉬고 말았다. 자기의 예쁜 딸이 두 손 가득 모은 쓰레기를 엄마가 ‘툭’ 치면서 더러운 것을 왜 줍느냐는 소리와 안 주우면 선생님께 혼이 난다는 아이의 소리를 들었을 때 난 순간적으로 혼란이 왔다.
첫째는 다 같이 논 장소를 청소하는데 쓰레기가 더럽다고 이야기 하며 자기 딸은 더러운 것을 주우면 안 된다는 학부형의 생각과 행동에 너무 화가 났고, 둘째는 스스로 쓰레기를 줍지 않고 선생님께 혼이 나지 않기 위해서 줍는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함에 화가 났다. 25년이 지난 후 얼마 전 소식을 들으니 학부형은 사업이 잘 안 되어 힘든 생활을 하고, 예쁜 딸은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아직도 부모님 보호 아래 생활하는 캥거루족 상태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 마음이 아팠다.
6.4 지방선거로 일꾼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꽃과 100년 대계의 교육을 책임진다고 외치면서 당선의 기쁨을 맞이하였다.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가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표를 얻기 위하여 떠들썩한 약속을 했다. 떠들썩한 약속을 했으나 그 약속 중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소하고 당연하게 느낄 아주 작은 일부터 친절과 봉사로 해결한다면, 사람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충성하고, 불편함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배려하며 후손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리라 생각한다.
‘오른 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들의 삶속에는 작은 일과 작은 사랑을 함께 나눌 때 행복이 싹트고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다란 운동장의 잡초를 서로 웃으면서 뽑고 난 후의 아이들 얼굴에서, 음식 솜씨를 뽐내기 보다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드린 후 맛있게 드시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길에 서 계신 할아버지를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렸을 때의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우리는 행복의 미소가 생긴다.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봉사가 쌓여 내 인생의 탑이 세워짐을 우리 소시민들은 왜 그렇게 실천하기가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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