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노래를 머금은 곳 충남 청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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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노래를 머금은 곳 충남 청양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11.06.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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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 칠갑산의 유명한 고갯길인 한티고개에는 꽃구름을 이룬 꽃길이 있다.30년 전 청양에서 공주 간 도로에 터널이 뚫리면서 이제는 옛길이 되어버렸지만 그 명성만은 그대로인 한티고개는 대리 한치 대치 등으로도 불린다.
그 옛날 외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한티고갯길은 아주 험하기도 하거니와 곳곳이 산적들이 우글거려 도저히 혼자서는 넘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고개를 넘으려는 나그네들은 한티마을에 모여 2~3명씩 무리를 지은 후에야 넘어가는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근대화가 되어 자동차가 다니던 시절에도 한겨울 폭설이라도 내리면 차가 끊겨 걸어서 고개를 넘어야 했다. 고갯길을 따라 올라가 보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지만 주변에는 숲이 우거져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제는 시가 흐르는 고갯길로 길손들에게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휴식의 길로써 다가서고 있는 한티고개 마을에는 칠갑산 노래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배 적삼이 흠뻑 젖는다~”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보지만 그 느낌이 쉽게 다가 오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콩 밭을 메는 모녀상과 이 고장이 낳은 자랑스러운 인물인 면암 선생의 동상이 새워져 있으며 노래 공원 한쪽에는 성문을 닮은 칠갑문이 뚫려 있다. 그리고 칠갑산 정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국내 최대 크기에 망원경을 갖춘 칠갑산 천문대가 길손을 맞이한다.
청양 군목면 송암리에는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자 의병장으로 명망 높았던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모덕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52호가 있다. 모덕사는 면암 선생의 항일 투쟁과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 1914년에 건립한 사당이다. 면암 선생은 성리학의 거두 이항로의 제자로 위정척사의 사상을 이어 받았으며 공병의 왕도 정치구현을 이상으로 삼았다. 철종 6년 1855년에 문과에 급제하고 벼슬은 사헌부 장령까지 올랐지만 여러 차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과 통상수교 거부 정책을 비판하는 상소문을 올려 제주도와 흑산도 등지로 유배되기도 했다.
1895년 명성화후 시해 사건과 단발령 공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한일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면암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오적을 처단할 것을 주장했다. 같은 해에는 16개 죄목을 들어 일본의 죄상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74세의 고령임에도 전북 태안에서 의병을 모집해 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마도에서 옥사하고 만다.
1962년 정부에서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건국 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칠갑산 자락 끝 청양군 정산면에는 청양 명승 10선 중 하나고 꼽힐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천장호가 있다.
1972년부터 7년간에 걸쳐 천장리 일부지역을 막아 농경지 관계용 저수시설로 축조한 인공 호수인 천장호는 207m로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출렁다리가 호수를 가로 지르며 놓여있다. 폭15m인 출렁다리 중심부에서는 걸을 때마다 30~50m까지 출렁거려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출렁다리는 칠갑산 등산로와 연결돼 있어 산에 오르기 전 이 다리를 건너야 하는 등산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맛보게 한다.
잠시 짬을 내어 칠갑산 굽이굽이 고갯길을 따라 옛 정취에 취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사느라 애쓴 우리 인생들, 지금 당장 떠나 이 화려한 경치를 맛보았으면 한다. 따스한 늦은 봄날이 가기 전에...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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