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쓸쓸한 죽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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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쓸쓸한 죽음들...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1.04.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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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어느새 옆자리에 앉아있다. 또 한 해가 뒤안길로 저만치 멀어져 갔다는 의미다. 세월이란 시간은 늘 이렇게 어긋남이 없이 왔다가 제 갈 길로 간다. 그리고는 별스럽지 않은 인생살이를 엉킨 실타래와 같이 복잡한 모습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지난 10일자 보은신문에는 회남면 판장리 한 야산에서 60대 부부가 목을 매 숨졌다는 기사내용이 있었다. 이들이 미리 준비했던 유서에는 ‘미안하다. 무연고로 처리해 달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 무연고 처리를 부탁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쓸쓸한 죽음인 것으로 추측되어질 뿐이다.

지난 14일 서울에서는 돈은 없으나 살려고 애쓰던 78살의 한 할머니가 보건소와 시립병원을 오가다 지하철역에서 쓸쓸히 숨졌다. 사인은 영양실조와 폐결핵. 슬하에 아들 셋이 있었으나 둘째는 11년 전 병으로 사망했고 남편도 8년 전 세상을 떠났다. 며느리와 갈등을 겪으며 큰 아들집에서 살다가 지난 해 3월 집도 직업도 없이 PC방을 떠돌며 홀로 살던 셋째아들을 추스리기 위해 나왔다. 인근 교회의 도움으로 함께 생활을 했으나 아들의 술주정이 심해 결국 낡은 여관방을 얻어 혼자 살아왔다. 세상과 이별한 이 날도 큰 아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일이 바빴던 탓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월 목포에서는 혼자 살던 77살 할아버지가 죽은 지 이틀 후 시신이 발견됐다. 정부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주는 쌀 배달 온 택배기사에 의해서다. 전기도 없고 식수도 없이 아궁이에 땔감이라곤, 낙엽과 폐지가 전부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광주광역시에서도 혼자 생활하던 71살의 할아버지가 숨진 지 4일 만에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 노인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지만 오래전부터 부인과 별거하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복지관에서 무료급식으로 식사를 하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빠지지 않는 등 사회적 접촉이 잦은 편이었지만 결국 쓸쓸히 혼자 생을 마감했다.

이렇듯 외로움과 질병에 시달리다 혹은 스스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노인자살률과 관련해 통계청의 최근 자료를 보면 충청도 지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 용어상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을 의미하는 자살 사망자는 지난 2009년 전국에서 모두 1만514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충남이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017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평균자살률 50.24명을 기록,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충북 역시 40.65명(사망 619명)으로 전국 3위를 차지해 결과적으로 충청도 주민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

이 같이 충청도에서의 노인층 자살 또는 고독한 죽음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충청도 특유의 기질’ 때문이다. 즉, 경제적 어려움이나 자존심과 연계되는 사안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어도 충청도 노인들은 ‘주변이나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겠다.’는 특유의 고집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크게 성내거나, 남에게 자기주장을 강요하지 않다가 끝판에는 극단적이거나 고집스런 선택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럴 것도 같다. 자녀가 있다 해도 부양 의사나 능력이 없어 방치된 노인들은 가족이 있는데도 떨어져 산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충청도 노인들은 기질 상 무기력증과 우울증,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이고 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연령층에서 자살사망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특히 노인층의 자살사망률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평균 자살사망률이 31명인데 반해, 60대는 51.8명, 70대는 79명, 80대 이상은 무려 127.7명에 달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도 높게 나타났다. 더구나 홀몸 노인의 쓸쓸한 죽음으로의 선택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 이들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은 자신은 물론 주변에서도 '노인이라 말이 없어지는가 보다'라며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알게 모르게 우울증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스스로 곡기를 끊는 등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령화 사회에 진입한 보은군에서는 홀로 살고 있는 이웃 노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보는 미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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