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속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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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산속 옹달샘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04.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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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국립공원에서 실시하는 “시민대학” 프로그램에 참가를 하게 되었다. 국립공원하면 우리나라의 명산은 모두 그 범주에 속하다는 것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하는 일은 우리의 산 그리고 그곳의 숲과 또 숲 속의 생태보존을 위한 지킴이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민대학 프로그램이 숲과 자연을 더 가까이하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참석하게 되었다.
지난 주 토요일, 두 번째 수업과정으로 충주 노은에 있는 ‘아침편지 ’주인공 ‘고도원’님이 운영하는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걷기명상을 떠났다.
명상에 대한 것은 책으로는 접해보았지만 행동으로는 처음이라 기대감과 어색함이 있는 상태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걷기명상을 위해 산문아래 섰다. 고도원님이 명상방법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먼저 일상의 복잡함과 그리고 목표나 시간을 내려놓으라 했다. 그렇게 천천히 걸은 다음 사랑하는 사람, 사랑해야할 사람,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한 사람까지 부르라 했다. 어머니를 떠올리고 한 걸음 디디며 “어머니”를 부르며 이렇게 세 걸음을 걸은 다음 “사랑합니다.”라고 해보라 했다. 그렇게 천천히 명상을 하며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부터 먼 곳에 있는 사람까지 불러 보라했다.
명상법을 들은 뒤, 걷기명상의 첫 문을 통과했다. 이 침묵의 명상에 기나긴 사람의 행렬이 이어졌다. 나의 명상은 그 누구를 떠올리고 그 누구를 부르고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 내 마음을 비우고 그저 주변을 느껴 보았다.
나뭇잎을 다 떨 군 상태로 서 있는, 낙엽송 숲 산길에 들어섰다. 혹독한 겨울을 지낸 나무들의 꽃눈과 잎눈이 희망이란 힘찬 몸짓으로 나에게 속삭였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제 곧 온 세상을 푸른빛으로 물들게 할 거예요. 예쁜 꽃도 피우고 이렇게 우리는 숲을 아름답게 지켜갈 것입니다.” 숲속은 아직 회색빛이었지만 곳곳에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쾌적의 향을 뿜으며 환희의 빛으로 내게 다가왔다.
빈가지의 흔들림과 바스락거리는 낙엽에서, 나무와 나무사이를 휙휙 거리며 넘나드는 바람을 느꼈고 바람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움트는 새싹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생명의 신비감과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순간을 가졌다.
그 속에서 내 마음에 빚을 진 사람이 떠올랐다. 너무나 가까워서 기대도 많고 상처도 쉽게 받는 그 친구,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좋았다가 어느 문제로 서로 갈등하고 나아가 원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그 사람한테 잘해준 것과 그가 나에게 잘못해서 서운했던 것만 떠오른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 사람이 내게 잘해주었던 것과 내가 때때로 그 사람을 서운하게 했던 점을 떠올린다면 지금 비록 그 사람과 갈등관계에 있어도 그의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잘해주었을 때는 아마 그 사람도 나에게 분명 잘 해 주었을 것이다. 그 때 서로의 마음이 교감이 되었을 테고 그로 인해 기쁨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잠시 그것을 잊어 버렸을 뿐이라 생각하자 너무도 평온했다. 잠시 멀어져 서먹하게 지냈던 친구가 다시 그리워졌다. 그리고 내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또 주변의 사람을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라고 했는데 그 걸 통해 아직은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한 사람에 대한 따스한 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 분은 명상을 통해 어머니와의 인연, 어머니와 이별, 그리고 자녀와의 만남 그리고 본인 떠날 때, 남겨진 아이들의 반응을 생각하며 한 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예쁜 손녀딸까지 명상으로 이끌어 왔다고 했다. 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난 제대로 명상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그 분은 그 길을 걸으며 난 많은 감성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 생각했단다. 그 분이 나를 향한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고 나 역시 감사함의 뜨거움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 난 그 분에게 “언니! 사랑해요.”란 말이 하고 싶어졌었다.
이렇게 깊은 산속 옹달샘에 와서 얻은 것은 “나의 좋은 주파수를 많은 사람들에게 쏘자.”라는 말을 새기며 사람관계에 대해 내가 다가가야 한다는 것과 나를 비울 수 있는 것과 어느 것을 채워야 하는지를 조금,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삶을 살다가 잠깐 멈춰서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걷기명상 중에 징소리가 나면 걷던 길을 멈추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정지된 삶을 보았고, 식사시간 도중에 식사 멈춤의 종이 세 번 정도 울렸다. 그 시간동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들에게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하라했다. 그런데 막상 종이 울리니 입안에 든 음식이며 숟가락을 들은 상태의 옆 사람의 모습에서 킥킥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해제종이 울렸을 때는 식사하던 사람들의 웃음이 식당 안에 가득 찼었다. 잠시 멈춤의 방법과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내 몸과 마음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걷기명상과 통나무 명상체험과 아침지기인 고도원님의 “꿈 너머 꿈”이란 특강을 들었다.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과 사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함을 가지며 난 또 다시 후다닥 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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