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어린 시절 추억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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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어린 시절 추억을 그리며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11.02.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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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마다 풍습은 다르지만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명절이 아닌가 싶다.
정월 초하루를 시작으로 정월대보름까지를 명절로 여겼으며 정월대보름이 정월 명절의 절정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월 열나흣 날은 오곡밥을 지어먹고, 연중 달이 가장 크다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문다. 호두나 밤, 땅콩, 콩 등 딱딱한 견과류를 깨물어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아침에는 귀 밝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건 옛날에는 약이 귀하던 시절 한해 동안 몸에 부스럼(종기) 같은 것이 나지 않도록 하고 귀 밝이 술은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좋은 뜻과 좋은 정보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같은 친구들끼리 몰려 말괄량이처럼 뛰어다니며 서로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파는 것도 정월대보름에 볼 수 있었던 추억이다.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잘 보이는 산, 우리 마을에는 우둥굴이라는 산이 있다. 그 산을 개구쟁이 말괄량이 친구들은 서로 앞에 가려고 뛰어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달을 보며 한해 동안 소원을 빌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논뚜렁이나 밭뚜렁에 불을 피워 쥐를 쫓고 곡식에 해로운 충을 없애는 쥐불놀이였다. 엄마가 깨끗이 빨아준 옷을 입고 나가면 신발이건 옷이건 손, 머리카락까지 다 그을리고 밤새는 줄 모르고 서로가 깡통에다 광술을 담아 불을 피워 빙빙 돌려 “쥐불이요~”하며 소리를 지르며 몰려다니며 놀았던 시절이 나이가 70이 되었어도 어제일 같은 생각이 든다. 몰려다니며 남의 집 솥단지를 열어 부치기도 하고, 밥이 탄 것이 있으면 훔쳐다가 나물에 무쳐 비벼 먹기도 하고, 그 시절 그 밥이 왜그리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산불 위험 및 식물에 이로운 해충까지도 죽인다는 이유로 금지되고 있는 일이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우리시절처럼 크는 사람들이 귀해서 옛 풍습, 풍경도 보기가 귀한 세상이다. 그 모든 것이 다 흘러간 옛 시절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각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단체를 통해서 윷놀이 등 정월대보름 행사를 하고 있지만 예전의 정겹고 다양한 모습들은 볼 수가 없다. 잊혀져가는 옛 추억들이 정말 그립다.
우리들 크던 시절만 해도 동내 인심 좋고, 옛날 집 솥에 밥을 하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 밥을 지어 먹었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옛 생각에 밖을 내다보면 인기척도 없고 싸늘한 적막 속에 가로등불만 외로이 서 있다. 흘러가는 구름을 피해 감나무 가지 사이로 둥근 얼굴을 내민 보름달도 외로움을 통하는 것 같다.
“달도 너 하나라 외롭지만 나도 외롭단다. 아들 딸들은 저 먹고 살기 바빠 객지로 떠나고 이젠 남는건 늙은 몸 하나만 너를 바라보고 있단다. 달아 너도 나를 바라본다면 나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물론 내 가정과 자녀들이겠지만 시끄럽고 어수선한 우리나라 악병없이 조용하게 살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바란다.”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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