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를 시작으로 정월대보름까지를 명절로 여겼으며 정월대보름이 정월 명절의 절정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월 열나흣 날은 오곡밥을 지어먹고, 연중 달이 가장 크다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문다. 호두나 밤, 땅콩, 콩 등 딱딱한 견과류를 깨물어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아침에는 귀 밝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건 옛날에는 약이 귀하던 시절 한해 동안 몸에 부스럼(종기) 같은 것이 나지 않도록 하고 귀 밝이 술은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좋은 뜻과 좋은 정보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같은 친구들끼리 몰려 말괄량이처럼 뛰어다니며 서로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를 파는 것도 정월대보름에 볼 수 있었던 추억이다.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잘 보이는 산, 우리 마을에는 우둥굴이라는 산이 있다. 그 산을 개구쟁이 말괄량이 친구들은 서로 앞에 가려고 뛰어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달을 보며 한해 동안 소원을 빌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논뚜렁이나 밭뚜렁에 불을 피워 쥐를 쫓고 곡식에 해로운 충을 없애는 쥐불놀이였다. 엄마가 깨끗이 빨아준 옷을 입고 나가면 신발이건 옷이건 손, 머리카락까지 다 그을리고 밤새는 줄 모르고 서로가 깡통에다 광술을 담아 불을 피워 빙빙 돌려 “쥐불이요~”하며 소리를 지르며 몰려다니며 놀았던 시절이 나이가 70이 되었어도 어제일 같은 생각이 든다. 몰려다니며 남의 집 솥단지를 열어 부치기도 하고, 밥이 탄 것이 있으면 훔쳐다가 나물에 무쳐 비벼 먹기도 하고, 그 시절 그 밥이 왜그리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산불 위험 및 식물에 이로운 해충까지도 죽인다는 이유로 금지되고 있는 일이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우리시절처럼 크는 사람들이 귀해서 옛 풍습, 풍경도 보기가 귀한 세상이다. 그 모든 것이 다 흘러간 옛 시절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각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단체를 통해서 윷놀이 등 정월대보름 행사를 하고 있지만 예전의 정겹고 다양한 모습들은 볼 수가 없다. 잊혀져가는 옛 추억들이 정말 그립다.
우리들 크던 시절만 해도 동내 인심 좋고, 옛날 집 솥에 밥을 하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 밥을 지어 먹었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옛 생각에 밖을 내다보면 인기척도 없고 싸늘한 적막 속에 가로등불만 외로이 서 있다. 흘러가는 구름을 피해 감나무 가지 사이로 둥근 얼굴을 내민 보름달도 외로움을 통하는 것 같다.
“달도 너 하나라 외롭지만 나도 외롭단다. 아들 딸들은 저 먹고 살기 바빠 객지로 떠나고 이젠 남는건 늙은 몸 하나만 너를 바라보고 있단다. 달아 너도 나를 바라본다면 나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물론 내 가정과 자녀들이겠지만 시끄럽고 어수선한 우리나라 악병없이 조용하게 살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바란다.”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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