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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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름세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1.02.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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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집권 4년째를 맞는 이명박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강구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구멍 뚫린 구제역 방역’ ‘서민 잡는 전세대란’ ‘뒷북치는 물가정책’이라는 대정부 비판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 자동차 기름은 오른 가격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돼지고기가 67%, 닭고기는 40%, 달걀은 28%나 올랐다. 생활필수품 가격도 너무 올랐는데 물가잡기는커녕 오히려 ‘KBS 수신료 40%’ ‘전기료’ 등 요금 인상안만 내놓고 있다. ‘불길에 기름 붓는 격’이니 서민들은 화가 난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 심리도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소비자태도지수는 1년 후 물가 전망을 비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응답자 중 69.2%가 그 이유로 물가상승을 꼽았다. 이는 정치ㆍ사회 불안(8.9%), 고용상황 악화(7.0%) 등 다른 항목을 압도한 것이다. 연구소는 "농수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체감물가가 악화한 가운데 공공요금, 석유류, 전월세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불안 심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오름세를 영어로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한다. 물가가 계속 오른다. 화폐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 남부에 짐바브웨라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매달 물가상승률이 무려 2백만 퍼센트로 초(超)인플레이션 국가로 분류된다. 이 나라에는 1천억 원짜리 지폐도 있다. 문제는 이 지폐로 한국산 라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느냐 인 것이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30년 무바라크 독재를 시민혁명으로 무너뜨렸다. 세계는 이를 ‘아이시 혁명’이라 칭한다. 아이시는 아랍어로 ‘생명’을 뜻하는 이집트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이다. 전에는 1파운드에 20개를 살 수 있었던 아이시가 물가폭등으로 인해 10개 밖에 살수 없게 됐던 것이다. 절실한 배고픔과 향후 먹고사는 문제는 이들을 목숨 건 혁명의 장으로 나가게 했다.

물가오름세가 장기화되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부와 소득의 불공평한 재분배현상이다. 물가고가 되면 이득을 얻는 층은 실물자산(부동산, 상품) 보유자, 채무자, 수입업자, 기업가, 산업자본가 등이다. 반면 불리한 층은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사람, 채권자, 수출업자, 봉급생활자 등이다. 두 번째 문제로는 저축보다 소비가 늘고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투기가 횡행하게 된다. 또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나니 국제수지가 약화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을 안 하게 된다. 돈을 벌어봐야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오름세를 인플레이션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합성어로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즉, 통상적으로는 호황기에 물가가 상승하고, 불황기에는 물가가 하락한다. 그런데 불황기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돌연변이 같은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원인은 경기침체기 도중 수입 물가의 상승이나 경기과열로 인한 물가상승 예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무능정권(無能政權)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를 몇 차례 거친 경우가 있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은 ‘당백전(當百錢)’ 유통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높이고자 경복궁 중건을 위해 공사비 조달목적으로 고액권인 당백전을 마구 찍어냈다. 결국 돈은 쓰레기가 되고 물가는 폭등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아이엠에프(IMF)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당시 수출은 줄고 수입은 엄청나게 늘어난 무역적자 상태였다. 덕분에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그 보다 몇 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지난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구제역과 물가 폭등, 전세대란 등 불편한 현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피했다는 보도다. 개헌, 남북관계, 과학벨트 및 신공항 등 3가지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반면 물가와 전세 값 파동, 구제역 사태 등에 대해서는 질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서둘러 간담회를 마쳤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대통령은 농민을 포함한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현안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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