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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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1.02.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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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추운 긴 겨울이었다. 삼한사온이 실종 되었다고 할 만큼 한번 추워진 날씨는 한 달이 넘도록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지난 년 말에 내린 눈도 녹지를 않고 그대로 쌓여 있더니 구정과 입춘을 즈음하여 그 추웠던 날들을 잊을 수 있을 만큼 날씨가 한결 포근해졌다. 그러나 지난 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태로 악화된 남북 관계나 국회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냉각 된 여 야의 대립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번 겨울의 추위만큼이나 얼어 있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이로 인해 많은 가축들이 죽어가고 이들이 매몰 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양축 농가들은 애가 타다 못해 기가 막혀 죽을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오른 생필픔 값은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물건 대신 한숨으로 채우기 십상이고 생산성과 노동 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농촌 경제는 농민들 이마의 주름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어느 해 겨울인들 춥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연일 계속된 강추위와 이러한 악재들이 겹친 올겨울은 날씨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꽁꽁 얼게 한 정말 춥고 긴 겨울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언제나 희망이 있듯이 자연의 섭리란 우리에게 겨울로만 머물러 있게 할 수만은 없는 것처럼 이러한 우리의 시름들도 풀릴 때가 있을 것으로 기대 해 본다.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았다”는 말처럼 이제는 입춘도 지나고 날씨도 한결 포근해 졌으니 이제 봄 마중 나갈 채비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더욱이 금년 입춘은 설 명절과 연이어 맞게 되어 한결 넉넉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봄을 맞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입춘은 24절기 중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절기로서 천문학으로는 태양 황경이 315도인 시점으로 양력으로는 2월 4일이나 5일이 되는데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며 맞이하는 그 해 첫 번째 절기이기도 하다. 2006년도와 같이 윤달이 있어 음력으로 한 해의 날 수가 380일이 넘게 되면 한해에 입춘절기가 두 번 있게 되는 아주 드믄 특별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해는 쌍춘년 이라 하여 매우 길한 해로 여기고 있다.
입춘이 지나면 강물의 얼음도 풀리고 우물물이 따뜻해지며 시냇가의 버들강아지도 기지개를 켜고 깨어난다. 그리고 돌돌 흐르는 개울물은 손을 넣어 차가워도 차갑지 않은 정감을 느끼게 한다. 또 농촌에서는 한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시점이기도하여 공연히 마음이 바빠진다. 겨우내 움츠림으로 떨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이 이렇듯 자연의 정감으로 희망을 안고 새 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 여겨져 행복한 마음이다.
입춘이 되면 예로부터 입춘 방을 써서 대문이나 문기둥에 붙이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글귀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란 말이다. 아마도 새 봄을 맞이하여 가정에 좋은 일만 생기고 가족의 건강과 경사스러운 일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액운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려는 소망에서 비롯된 풍습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의 글을 입춘 방으로 붙인다 한들 그 집에 사는 가족의 구성원들이 그 글귀의 의미를 기억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들이 그 집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찾아온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어 감사를 모르게 되니 그 집에 머무를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그 어떤 좋은 글귀의 입춘방을 써 붙이기보다 우선은 언제나 봄볕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내가 행복 할 수 있는 것이라 믿어진다. “온화한 기운은 군자의 집에 저절로 생기고 봄빛은 슬기로운 사람의 집에 먼저 찾아 든다”(和氣自生 君子宅. 春光先倒 吉人家)는 옛 어른의 입춘서처럼 불평 없이 원망 없이 미움 없이 관용하고 화해하고 베푸는 넉넉한 마음으로 새봄을 맞는다면 모두가 복된 한해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벌거벗은 나무들이 눈보라 맞으며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나면 풍성한 그늘을 이룰 수 있듯이 우리도 그런 인내를 배워 서로가 내 이웃들이 내게서 편히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는 것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해 본다.
금년 입춘 절기는 구정과 함께 따사로운 기운을 안고 찾아 왔다. 그리고 분명 봄은 우리에게 다가왔기에 봄볕처럼 따사로운 마음으로 한해를 맞이하여 금년 한 해도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한해가 되기를 소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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