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애정결핍 증후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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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애정결핍 증후군 시대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12.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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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은 이래저래 연평도 사건 등 국가적 위기감 속에서 다사다난했고 유난히 눈이 많고 추위가 심하다.
주역의 음양오행설로 볼 때 경인년과 신묘년은 추위와 불안정한 세운이 뒤따른다는 속설도 있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연말을 보내며 또 교육계에 새로운 생활교과 시행 방안이 튀어나왔다.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팀이 29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열린 ‘학교문화선진화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체벌 정책대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체벌을 없애는 대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게 ‘출석정지’를 내리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문제 학생에 출석정지 기간을 정해 이 기간에는 무단결석 처리하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해 불이익을 주되, 해당학생이 방치되지 않도록 심리상담·인성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얘기다.
일선 학교에서는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Wee클래스센터 내에 대안교육으로 상담·심리치료사를 두고 상담이나 인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Wee클래스 담당 한 관계자는 출석 정지라는 교육 대안을 부적응학생에게 적용할 때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학교 내 부적응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가정적인 문제로 후천성애정결핍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후천성애정결핍증후군(acquired love-starved syndrome)이란 태어날 땐 안 그랬는데 살다가 관심도 못 받고 혼자 소외 되어 인간의 감성조절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져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심리불안정을 초래, 이성적인 사고능력이 떨어지고 필요이상의 생각으로 인해 무기력감과 우울한 기분이 심신을 지배하게 되는 질환이다.
보은지역에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상당수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 가정에 대한 전체적인 학생들의 정서교육을 상담이나 심리치료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28일 밤 교정 지도를 받고 있는 한 학생이 오전에 교육에 간다하고 밤 10시까지 연락이 되지 않아 가정과 학교 관계자들이 몹시 애를 태웠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마침 한 관계자의 제보로 학생을 찾아 가정으로 돌려보냈지만 이는 비단 이 학생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가 모두 감싸 안아야 할 문제다. 더더욱 가정에서,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제도의 틀에 갇힌다면 이들 부적응 학생들이 설 땅은 과연 어디겠는가.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 사회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크나 큰 교육상의 딜레마다.
후천성애정결핍증후군으로 시달리는 학생들을 더 이상 사회가, 학교가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 일선 교육 관계자는 문제의 학생 뒤에는 항상 문제의 부모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현장 교육이 학생들의 문제를 학생들에게만 따져 물을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가정방문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20~30년 전 가정방문 제도가 있었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담임교사가 방문하면 하늘 떠받들 듯 부모가 교사 앞에서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상의했던 어린 시절이 사뭇 그리워짐은 왜인가.
오늘 문제 학생에 출석정지 적용 방안을 제시한 한 석좌교수의 제안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쩐 일인가. 그것이 진정 옳은 제도인지 또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할 일이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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