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이씨 선비의 부인은 한문 독서를 해서
제법 한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김씨 선비의 부인은 전혀 한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언문(諺文)만 해독할 정도였다.
하루는 두 선비가 함게 나란히 말을 타고
외출하여 수십 보를가니
뒤에서 이씨 선비 집 여종이 헐레벌떡 달려와,
"서방님, 마님게서 이것을 전해 드리라고 했습니다."하면서
접힌 종이쪽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씨 선비가 쪽지를펴보니,
"봄철에는 얼음이 꺼지기 쉬우니 조심하세요(春氷可畏 愼勿 輕渡)"라는
내용을 한문으로 써 보낸 것이었다.
이를 본 김씨 선비는 한문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친구
이씨의 부인이 너무나 부러웠다.
뒷날 하루는, 김씨 선비가 이씨 선비 집을 방문해
이런저런 환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 때 이씨 선비가 여종을 불러 이렇게 이르는 것이었다.
"얘야, 안방마님에게 내 서재에 있는『고문진보(古文眞寶)』
를 찾아 달라고 해서 갖고 오너라,"
대답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 여종이 얼마 후에
빈손으로 나오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서방님, 마님게서『고문진보』전집(前集)인지
후집(後集)인지 다시 여쭈어보고 오라 했습니다."
이 말에 김씨 선비는 다시 한 번 이씨 선비 부인의
한문 실력에 대해 감탄하고 부러움을 느꼈다.
이날, 집으로 돌아온 김씨 선비는
『고문진보』의 전집, 후집까지 알고 있는
이씨 선비 부인의 한문 실력을 아내에게 얘기하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자기 집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의 표지에
언문으로 그 책 제목을 쓴 쪽지를 붙이고,
아내에게 잘 익혀 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난 뒤 어느 날, 김씨 선비 집에
많은 손님이 모여 술을 마셨다.
이때 물론 이씨 선비도 함게 참석했었다.
김씨 선비는 이 기회에 자기 아내의 실력을 보여 주어
과시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김씨 선비는 큰 목소리로 여종을 불러 지시했다.
"여봐라! 안에 들어가서 마님에게
『공총자(孔叢子)』를 찾아 달라고 해 갖고 나오너라,"
여종이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후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여쭙기를,
"서방님, 마님게서『공총자』의 전공(前孔)인지
후공(後孔)인지를 여쭈어보고 오라 했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이 말에 여러 손님들이 모두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해학을 잘하는 한 손님이 나서서 웃으며 소리쳤다
"얘야, 들어가서 마님게 여쭈어라.
전공(前空;앞구멍)은 참으로 맛이 있고 좋은데,
후공(後孔;뒷구멍)은 구린내나고 더러워서
싫어한다고 말씀드려라,"
이렇게 짓궂은 농담을 하니 모여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고,
모처럼 부인의 실력을 여러 사람들 앞에 뽐내 보려던
김씨 선비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다.
즉 "고문진보"는 전집, 후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공총자"는 전, 후집이 아닌 상, 하편으로 되어 있어
그 무식함이 드러났고,
흔히 여성의 옥문과 항문을 전공과 후공으로 일컫고
있기때문에, 이것과 연관지은 해학이었다
/구장서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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