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선비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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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선비의 실수"
  • 구장서 실버기자
  • 승인 2010.12.1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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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김씨 두 선비가 이웃에 살고 있으면서

매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이씨 선비의 부인은 한문 독서를 해서

제법 한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김씨 선비의 부인은 전혀 한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언문(諺文)만 해독할 정도였다.


하루는 두 선비가 함게 나란히 말을 타고

외출하여 수십 보를가니

뒤에서 이씨 선비 집 여종이 헐레벌떡 달려와,
"서방님, 마님게서 이것을 전해 드리라고 했습니다."하면서

접힌 종이쪽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씨 선비가 쪽지를펴보니,
"봄철에는 얼음이 꺼지기 쉬우니 조심하세요(春氷可畏 愼勿 輕渡)"라는

내용을 한문으로 써 보낸 것이었다.
이를 본 김씨 선비는 한문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친구

이씨의 부인이 너무나 부러웠다.


뒷날 하루는, 김씨 선비가 이씨 선비 집을 방문해

이런저런 환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 때 이씨 선비가 여종을 불러 이렇게 이르는 것이었다.



"얘야, 안방마님에게 내 서재에 있는『고문진보(古文眞寶)』

를 찾아 달라고 해서 갖고 오너라,"
대답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 여종이 얼마 후에

빈손으로 나오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서방님, 마님게서『고문진보』전집(前集)인지

후집(後集)인지 다시 여쭈어보고 오라 했습니다."
이 말에 김씨 선비는 다시 한 번 이씨 선비 부인의

한문 실력에 대해 감탄하고 부러움을 느꼈다.



이날, 집으로 돌아온 김씨 선비는

『고문진보』의 전집, 후집까지 알고 있는

이씨 선비 부인의 한문 실력을 아내에게 얘기하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자기 집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의 표지에

언문으로 그 책 제목을 쓴 쪽지를 붙이고,

아내에게 잘 익혀 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난 뒤 어느 날, 김씨 선비 집에

많은 손님이 모여 술을 마셨다.

이때 물론 이씨 선비도 함게 참석했었다.



김씨 선비는 이 기회에 자기 아내의 실력을 보여 주어

과시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김씨 선비는 큰 목소리로 여종을 불러 지시했다.

"여봐라! 안에 들어가서 마님에게

『공총자(孔叢子)』를 찾아 달라고 해 갖고 나오너라,"
여종이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후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여쭙기를,


"서방님, 마님게서『공총자』의 전공(前孔)인지

후공(後孔)인지를 여쭈어보고 오라 했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이 말에 여러 손님들이 모두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해학을 잘하는 한 손님이 나서서 웃으며 소리쳤다



"얘야, 들어가서 마님게 여쭈어라.

전공(前空;앞구멍)은 참으로 맛이 있고 좋은데,

후공(後孔;뒷구멍)은 구린내나고 더러워서

싫어한다고 말씀드려라,"



이렇게 짓궂은 농담을 하니 모여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고,

모처럼 부인의 실력을 여러 사람들 앞에 뽐내 보려던

김씨 선비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다.
즉 "고문진보"는 전집, 후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공총자"는 전, 후집이 아닌 상, 하편으로 되어 있어

그 무식함이 드러났고,

흔히 여성의 옥문과 항문을 전공과 후공으로 일컫고

있기때문에, 이것과 연관지은 해학이었다

/구장서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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