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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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호성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0.07.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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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청 경제과 김호성(53) 과장의 사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재능과 열정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지역입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며 아쉬워하는 탄식이 줄을 잇는다. 그의 갑작스런 사직 배경은 희미하다. 폭력 건으로 알려졌지만 확인 된 바는 없다. 다만 사적인 일이 구설수에 올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공무원으로서 참기 힘들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러나 사소하고도 흔한,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의 결정에 여운이 더 진하게 묻어난다. 딱 부러지는 그의 성격도 사직서를 일언지하에 낸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돌연한 그의 사직은 ‘바보 같은 짓, 이해하기 힘들다’는 원망으로 돌았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베인 원망의 소리고 그를 아꼈기 때문에 나온 탄식으로 보인다.
한 달 전 경제과 재임시절 비보도 조건으로 그와 격의 없이 주고받은 대화내용이다. 군정에 대한 쓴소리로 들었으면 하는 바다. 기억을 더듬어 추렸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이해했으면 한다.
“A과를 호치케스과라 부릅니다. 본인들이 사안을 발굴하고 기획하기보다 각 실과에서 올린 기안들을 짜집기하면 그만입니다.” “B과는 인원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합니다. 사람은 많아도 진짜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힘만 잔뜩 들어가 있어요. 인원 절반 줄이고 남는 인원 사업부서로 돌려야 해요.” 이 두 부서는 보은군청 요직으로 통하면서 승진자도 많이 배출한다. 인기도 좋아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다.
“경제과 직원들 죽도록 고생합니다. 하지만 일에 대한 보답이 따르지 않다보니 일시키기도 눈치 보입니다. 안하면 또 어떡할 겁니까. 다른 부서로 가면 그만인데. 실과장에게 인사권을 주던지 인세티브 권한을 줘야합니다. 그래야 영도 서고 책임감도 있고 일하는 분위기도 잡아갈 수 있다고 봐요. 일은 많이 하는데 인사나 승진에선 뒷전이니 직원들에게 미안해요.”
“보은은 사회복지나 기타 시책보다 인구유입책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기업을 유치해 경제를 살리고 인구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가령 애 낳는데 몇 푼 주어진다고 인구가 크게 늘어납니까. 인구가 더 줄면 지자체 존폐가 달려있어요. 군수가 임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예산 300억원 중 절반 이상 경제에 쏟아 부어야 한다고 봅니다. 산업단지 조성해놓고 기업유치 못하면 이자만도 꽤 나가게 돼요. 이자 부담하느니 그 돈 분양가 낮춰 기업유치에 쓰는 편이 보은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기업유치로 100명이 가족과 함께 보은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봐요.”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노력하지만 저도 이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노력하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하는데 까지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콩나물 두부공장 만들고 또 생수 한 병 250원짜리 한 차 싣고 나가 팔아본들 이득이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오히려 기존 콩나물 업자들에게 욕먹습니다.” “농업장려도 좋지만 시대흐름도 있고 고령화 사회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해요. 그래야 공무원 자리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시일 더 가기 전에 빨리 깨달아야 돼요.” “공무원 10명이 이곳으로 주소를 옮기고 생활한다면 그 돈이 얼마입니까. 그 돈이 지역에서 순환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김 과장은 7급 공채 출신이다. 충남고, 충북대를 나온 그는 86년 문화공보실 행정주사보로 공직에 발을 들인 후 10년 전 사무관에 올라 의회사무과, 재무과, 경제사업과장을 역임했다. 의회사무과장시절 그의 역량을 보고 군의원들이 그를 묶어두어 무려 재임기간 7년이란 충북도내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다. 이후 재무과로 옮기면서 골프장 조성지로 감정평가액 미달임에도 의회 승인까지 얻은 상장리 토지와 공유재산 교환을 무산시켜 군의회와 보은군의 불명예를 막는 원칙과 소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재무에서 경제과로 옮기게 됐다는 후문도 나온다. 재무과에서 8개월 단기임기를 채운 그는 산업단지 조성 적임자로 발탁돼 경제과로 자리를 옮긴 후 동부산업단지 조성사업 파트너로 사업실적이 탄탄한 한국농촌기반공사를 선정하고, 병무청 연수원 유치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에 열정을 쏟아 부어 차기 기획실장 0순위로 거론됐었다.
이번 그의 사직과 관련해 “도장만 찍는 과장도 아니고 윗전 눈치 보는 과장도 아니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소신과 능력은 누구 못지않게 강한 사람으로 쓸만한 인재를 놓쳤다”며 그에 대한 연정이 쏟아졌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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