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아프지만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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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는 아프지만 재밌어요”
  • 송진선
  • 승인 2003.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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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답에서 묘판 800개 설치
“선생님 논에 거머리가 있어요”

“괜찮아 너희들 장화신었잖아. 그리고 거머리가 논에 있다는 것은 흙이 살아있다는 증거야”

“선생님 조금 쉬었다가 해요.”

“그래 하던 줄만 마저 하고 쉬자”

지난 17일 보은 자영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앞 실습용 농경지에 800개의 모판을 설치하면서 한인수 지도교사와 주고받은 대화내용이다. 예전까지 농고를 주름잡았던 농과 등 정통 농업계는 폐지되고 현재 보은 자영고는 시설원예과와 식품 가공학과 단 2개 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못자리 설치 현장학습에 나온 학생들은 정통 농업계가 아닌 2학년 시설원예과 식품 가공학과 일부인 40여명. 품종은 일품벼가 대부분이고 일부 서안, 및 동진, 수라벼 품종이며 한 달 후에 학교 실습답 7300여평에 모내기를 할 예정이다.

모판 한 개당 10평을 식재할 수 있으니까 730개에서 여분으로 20개 더한다고 해도 750개만 설치하면 되지만 혹시 학생들이 못자리를 설치하면서 모판을 떨어뜨려 못쓰는 경우를 대비해 800개를 설치하고 비닐로 덮었다. 이렇게 모판 설치를 하기까지는 처음 흙을 체로 쳐서 모판에 담고 그 위에 볍씨를 뿌린 후 다시 흙을 덮는 4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생들은 일렬로 서서 옆 사람에게 전달, 전달하며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 최종 논에 모판을 설치했다. 몇몇 학생들은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가고 잘못하다 진흙이 옷에 묻고 손도 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일에 열중했다.

학생들은 “집에서도 이런 일은 하지 않았는데 해보니까 재미있다”며 “부모님의 고생스러운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며 뿌듯해 했다. 또 “비록 농고를 들어왔지만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학생보다는 다른 계통으로 진출하려는 학생이 훨씬 많다”며 농고의 현실을 대변해 줬다.

그래도 이날 학생들은 정통 농업을 전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설치한 못자리에서 키운 모로 모내기를 한 학교 앞 실습용 논이 가을철 벼가 누렇게 익은 황금들녘이 되길 희망했다.

농민들이 어렵게 농사지은 쌀이 제값을 받고 소비 증가로 우리 쌀이 대접받기를 기대한 것도 학생들이 못자리를 설치하며 배운 현장 교육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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