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늘리는 정책 전환 급선무
교육 때문이든, 일자리를 찾아서든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역침체가 가속되고 있다. 마을마다 일을 할 사람이 없고 학교에 취학할 어린이가 없다. 공장에 취업해 일할 젊은 노동인력이 없고 지역상가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인구가 없다. 노인들이 사망하면 인구가 줄고 취학 어린이가 없으니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고 노동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체에서는 외지에서 사람을 사와야 한다.상가는 매출을 올리지 못해 집세도 못낼 정도로 열악하다.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물론 인구이다. 사람이 지역에서 득실거리면 빵도 사먹고, 밥도 사먹고, 술도 사먹고, 집도 사고, 자동차도 굴려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농촌인구는 선진 외국도 줄고 있다고 하니 보은군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농촌인구가 주는 것은 전국적인 추세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가 자멸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추락하고 있는 지역경기를 붙잡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인구는 4만420명이었으며 2개월 후인 2003년 2월말 기준으로는 4만53명. 불과 2개월 사이에 350명 가량이 줄었다. 이 숫자는 주민등록상 인구이니까 실제 보은군에 살고 있는 인구는 3만5000명이나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다행히 보은군 장기 종합 개발계획에 의하면 보은군 인구는 2005년까지는 감소추세가 계속되다가 2010년부터는 4만3000명대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대전과 청주광역권 계획이 가시화 되면서 대전권과 청주권의 도시 근교 배후 지역으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또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청주∼보은간 국도 4차선 확포장 사업이 완료되면 청주권과 대전권의 연계망이 더욱 좋아져 베드타운으로 개발될 것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그림은 모두 5, 6년 이후에나 그려질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여전히 보은의 가장 번화가라고 하는 중앙 사거리에서 보은농협 중앙지점간 거리는 밤 10시도 안돼 도심의 불이 꺼지고 희미한 가로등만이 개미새끼(?) 하나 없는 적막한 도시의 거리를 지킨다. 따라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보은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법은 인구 증가에 있다.
인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현지에 주소를 두고 살고 있는 것에서 탈피하는 대신 앞으로는 인구정책의 기조를 정주인구 증가 쪽이 아닌 유동인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립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동인구라 함은 직장이 보은에 있어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아니라 일부러 지역의 그 무엇을 찾아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역에서 소비를 하는 인구를 말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자치단체마다 인구증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대부분 정주인구 증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인구 부양책 중 가장 많은 것은 주민등록 옮기 운동 전개이다. 또 쓰레기 봉투 지원, 도배 지원, 자동차 번호판 교체비 지원, 영양제 공급, 축하 앨범 증정, 주민등록 등·초본 무료 발급 등 다양하다. 출산자에게 장려금을 주고 신생아 팔찌 보급, 영유아 무료 접종, 각종 아기용품을 지급하고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양육비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인구유입을 할 수 있는 여건 즉 교육, 문화, 레저, 스포츠, 쇼핑 등을 갖추지 않고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이미 입주 공장의 증가로 인해 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음성군도 지난해말 인구가 9만명 대에서 8만9000명대로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따라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는 어느 지역이든 다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므로 정주인구를 늘리려고 하는 정책보다는 보은군을 다녀가는 유동인구 증가 정책이 현실적으로 훨씬 효과가 크다.
유동인구의 증가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역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지역 특유의 문화 관광자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지역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유동인구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전국의 수학여행지, 신혼 여행지로 단연 으뜸이 되었던 속리산은 국민들에게 잊혀져 가는 국립공원으로 전락되고 있다. 얼마전 충북 개발연구원은 법주사를 7000억원 규모로 경제적 자산 가치를 추정한 적이 있다. 이 작업을 실시한 한 연구위원은 보은군에 있는 법주사의 주인이 크게 보아 보은군 주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보은군은 7000억원 규모의 정원을 품안에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정원을 잘 가꾸고 홍보해 정원을 찾는 사람을 확대해 유동인구의 규모를 크게 한다면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지역사회 공동화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로 비춰볼 때 보은군은 엄청난 경제적 자산가치가 있는 귀중한 문화자원, 관광자원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혜안도 없고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지역에 머물면서 소비활동을 하는 유동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모색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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