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낫토와 뗌뻬
상태바
청국장과 낫토와 뗌뻬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3.01.12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식 문화는 모든 문화의 기본이다. 기후와 토양이 좌우하는 음식 문화는 종교를 만들고, 사회적 성향을 가름하고, 정치적 향방도 결정하여 역사를 만들었다. 범선이 이끄는 바다의 실크로드 시대를 마감하고 동력선을 앞세운 서양 열강이 식민통치 시대를 열어젖힌 것도 음식 문화의 변화 때문이었다. 삶은 양고기와 찐 감자와 소금이 전부였던 유럽인들의 식탁이 인도네시아 군도로부터 공급된 다양한 향신료(香辛料)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뒤바뀐 것이었다.
   콩을 주원료로 한 장류 발효식품은 김치와 더불어 한국인의 민족 식품이다. “장이 단 집에 복도 많다”는 속담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인들의 장류 발효식품에는 육류에 있고 야채류에는 없는 비타민 B12가 많이 함유되어 탁월한 조혈 기능을 나타낸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식단이 채식 위주로 짜여 있으나 비타민 B12가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이의 공급원을 찾았더니 우리나라의 된장과 청국장, 일본의 미소와 낫토(納豆),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뗌뻬(tempe)에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된장과 청국장은 모두 콩을 원료로 하지만, 제조방법과 발효 기간에서 차이가 난다. 된장은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발효될 때까지 기다린다. 2-3개월 넘도록 담가둔 소금물 속에서 메주의 효소와 영양분이 우러난 장물은 간장이 되고, 건더기는 된장이 된다. 된장은 숙성을 위해 항아리에 담는데, 장기보관을 위해 다시 소금이 첨가된다. 이에 비해 청국장은 제조과정에서 소금을 전혀 쓰지 않으며, 발효 기간도 일주일 정도로 매우 짧다. 그래서 청국장에는 콩의 영양분과 바실러스균이 온전하게 살아있게 된다. 
   다만 청국장은 삶은 콩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사람에 따라서 역하게 느껴진다는 것인데, 맛있는 음식의 조건으로서는 결정적인 감점(減點) 요인이다. 이 냄새 때문에 청국장을 먹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낫토는 발효 후 말려서 가루를 낸 다음 찹쌀가루를 첨가한다. 그렇게 해도 냄새 때문에 낫토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낫토를 먹는 방법은 한국인들이 뜨거운 청국장을 즐기는 것과 아주 다르다. 낫토는 낱개로 포장하여 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플라스틱 덮개를 열어 더운밥 위에 얹고 달걀을 한 개 깨서 올려놓고 달착지근한 간장으로 간을 하여 비벼 먹는다. 낫토를 더 간단하게 먹는 방법은 밥과 함께 김으로 싸 먹는 것이다. 낫토는 짜고 맵고 뜨거운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아무래도 조금 덜 맞고 맛도 좀 그렇다.
   청국장과 낫토를 만드는 과정도 다르다. 낫토는 우선 작은 노란 콩만 쓴다. 장류를 만드는 바실러스균 중에서도 낫토는 반드시 일본 정부가 허가한 낫토균만 쓰며, 이를 인위적으로 주입하여 포장된 상태에서 발효시킨다. 그래서 낫토는 어디서나 맛이 일정하다. 그러나 청국장은 콩의 색깔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어떤 콩이든지 자연 상태에서 발효시킨다. 그래서 청국장은 김치처럼 맛이 다양하다. 낫토는 발효된 상태로 그냥 먹지만, 청국장은 끓여서 먹는다. 
   뗌뻬는 인도네시아 청국장인 셈인데, 우리 청국장과 낫토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뗌뻬는 청국장이나 낫토보다 덜 발효되어 냄새가 적고 적당히 굳어져서 두부모 자르듯이 잘라 기름에 살짝 튀기거나,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여린 콩깍지나 풋고추를 듬뿍 썰어 넣어 볶아 먹는다. 시장에 내다 파는 뗌뻬는 다양한 크기로 야자 잎에 포장하여 내놓는다. 뗌뻬는 여러 형태로 조리되어 맛있는 반찬으로 등장하는데, 끄리픽이라 하여 밀가루로 튀김옷을 입혀 야자 기름에 살짝 튀겨 간식용으로 내놓기도 한다.     
   된장이나 청국장은 밥과 김치처럼 늘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항암 효과까지 탁월하다. 미국에서는 남성의 전립선암을, 일본에서는 여성의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능을 된장에서 찾고 있다. 문제는 된장과 청국장의 색깔과 냄새다. 그러나 색깔과 냄새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태양 광선이 시각(視覺)에 따라 일곱 가지 무지개 색깔처럼 달라 보이고, 과일의 황제라는 두리안(durian)의 맛과 향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색깔과 냄새에도 불구하고 된장과 청국장은 우리의 ‘명품 식품’임이 분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