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내리면 도로로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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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내리면 도로로 출동
  • 송진선
  • 승인 2003.0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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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싸우는 사람들… 보은국도유지 건설사무소 제설반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강설로 보은 국도유지 건설사무소 제설반은 벌써 며칠째 비상근무를 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기상특보만 내려지면 꼼짝없이 도로로 출동할 태세를 갖추고 출동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겨울철 대기인생이다. 올 겨울 특히 눈이 많고 눈이 내리자 정말 지겹다며 이제 좀 그만왔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지쳐있다.

그래도 대설 특보가 떨어지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완벽한 제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 보통 사명감 가지고는 근무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겨울 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 이 눈으로 정말 고생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탐색했다.

고생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만 그 중 제설 작업하는 분들이 가장 고생이 심하겠다고 생각해 지난 1월28일 보은 국도유지 건설사무소의 문을 노크했다. 27일 최고 5.9㎝까지 내린 눈으로 도로가 빙판을 이뤄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의 안전 운행을 위해 마무리 제설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다행히 28일 기온이 올라가고 햇빛이 들어 빙판은 대부분 녹았는데 설상가상 28일 밤 다시 눈보라가 쳐 최고 3.2㎝까지 눈이 쌓였으니 제설반원들은 29일까지 벌써 3일째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올해 이미 1월3일 내린 눈으로 6일까지 4일간 연장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명절 때까지 비상근무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있다.

그래도 제설반원들은 귀성차량들이 안전하게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 이미 제설작업을 한 구간이더라도 다시 가서 불충분한 구간은 다시 모래를 뿌리는 등 제설작업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올 겨울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확보한 제설용 모래 7000㎥, 염화칼슘 435톤의 상당량을 소비해 모래는 4000㎥도 채 안남았고 염화칼슘은 100톤도 채 안남았다.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상당한 양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보은 국도유지 건설사무소가 관장하는 국도는 4·17·19·21·25·34·36·37호선으로 8개노선에 동서는 마로 적암∼청원 강외, 남북은 영동 추풍령∼진천 이월까지 420.7㎞에 이른다. 산악지대여서 고개도 특히 많다.  △4호선은 마달령(옥천 군북 증약), △17호선은 잣고개(진천 사석)·척산(청원 남이), △19호선은 봉서재(영동 학산)·오구니(옥천 청성 화성)·청산재(옥천 청산 효목)·대안재(보은 내북 대안), △25호선은 수리티(수한 차정)·피반령(회북 오동)이 있으며 △34호선은 엽돈재(진천 백곡 갈월), △37호선은 문티(수한 거현)·말티(외속 장재)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 제설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조종원(반장, 최석환, 보은 삼산 50) 23명, 수로원(반장 이상구, 보은 금굴 54) 22명이 있다. 여기에 보수과(과장 민종기, 55) 직원들도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과 같이 비상대기 하면서 제설대책을 수립, 작업량 및 구간 등을 배정, 조정원과 수로원들이 효과적으로 제설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제설용 기계는 눈을 미는 제설차(유니목) 2대, 모래 살포기 부착 8톤·15톤 트럭 6대, 5톤 용역 살포 차량 1대, 2.5톤 카고 트럭은 4대가 있으며 염화칼슘이나 모래 등을 적재함에 실을 수 있는 힐 로더 1대, 굴삭기 2대가 있다. 제설시는 차량을 운전하는 조정원 1명에 수로원 2, 3명이 한 조를 이룬다. 제설반원들은 일단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보은군 거주 근거리는 자택에서 대기하고 청주 등 원거리는 사무실에서 대기를 한다.

진천 등 원거리는 보은에서 출발하면 늦기 때문에 제설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전날 근무조를 편성해 현장에서 숙박을 하고 새벽 4시면 비상, 늦어도 4시30분경 현장으로 출동을 한다. 근거리는 집에서 대기하고 원거리는 사무실에서 대기하지만 근거리여서 집에 간다고 맘이 편치 않다고 한다. 작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1시경 다음날 새벽 4시면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은 5시간도 채 안되는데 눈이 오면 제설 걱정에 잠을 자지 못하니까 식구들도 잠을 설치기 마련이고 또한 사무소로 나가도 집 식구들은 눈을 치우는 가장 걱정에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제설반원 가족들은 일반 사람들처럼 크리스마스 때 눈이 온다고 좋아할 형편이 아니다. 명절이더라도 눈이 오면 조상님께 절하는 일은 아예 접어야 한다. 그래서 제발 눈이 오지 말기를, 눈이 와도 금방 녹아 없어질 정도로 적게 오길 학수고대하는 심정이다. 제설작업은 고개, 4차선, 커브는 우선적으로 하고 평지라도 음지구간은 모래 등을 뿌려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제설차량이라고 해서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끄럽더라도 일반 차량의 안전운행을 위해 미끄러움을 무릅쓰고 제설작업을 하는데 앞에 장애물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한바퀴 돈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고 고개에서 앞서가던 차가 못올라 가고 서면 제설차량도 탄력을 받지 못해 올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서있는 난감한 일도 많이 겪는다.

그러면 모래를 바퀴 앞에 뿌려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승용차를 제설차량에 매달아 고개를 넘어주기도 하는 일이 겨울철이면 부지기수다. 그런데 간혹 모래를 뿌리는 차량을 뒤따라오던 차량이 모래 파편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됐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있다. 할 수 없이 직원들이 애면글면 돈을 모아서 차량 소유자에게 전달하는 일도 있다.

또 새벽부터 벌인 제설작업으로 녹초가 되었는데 밤 11시에도 전화를 걸어 어느 구간 제설작업이 안되었다고 불평하고 또 언론에서 제설작업과 관련한 부정적인 보도를 할 때면 너무 서운하다고 반원들은 전한다. 그러면서 겨울철 차량을 운전하려면 기본적으로 체인은 가지고 다녀야 하고 보은은 고개나 커브구간이 많은 산악지대여서 겨울에는 스노우 타이어로 교체해야 하는데 요즘 운전자들은 스노우 타이어는 고사하고 체인은 물론 타이어 표면이 다 닳아 노면 마찰력이 거의 없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장비도 안갖추고 운행하면서 무조건 제설작업 탓만 하는 것도 문제라 꼬집었다.

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대기하면서 근무를 하는 고생스러움이 있지만 이 일을 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출가시키는 것도 보람이고 제설작업 하다보면 상대차량이 수고한다며 손을 흔들어주는 것을 보면 그래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 그동안 도로에 뿌렸던 모래를 제거해야 한 철 제설 작업이 모두 끝이 난다. 이번 겨울은 눈이 많이 온 탓에 모래를 많이 뿌려 이를 거둬들이는 일도 걱정이다.

제설작업 짬짬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시간에 쫓기듯 빨리 빨리하라며 서둘렀던 제설반원들은 “그래도 사람이 일일이 하던 것에서 많이 기계화가 됐으니 지금은 참 편하다”며 “아휴 이젠 눈이 지겨워요. 저수지도 만수위를 보이니까 이젠 제발 눈이 그만 좀 왔으면 좋겠어요”하는 바람을 말하면서 구간구간 제설작업이 미진한 곳이 없나 찾아 또다시 현장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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