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쯤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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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쯤에 다시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01.2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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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일출이 온 우주를 덮었던  一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성찰과 소망의 시간이었다. 마음의 빗장문을 활짝 열고 신성한 새 빛이 일상속에 침투하기를 소망하면서, 빈 도화지 위에 나름대로 점 하나 찍어놓고 속절없이 시간만 보냈나 보다. 첫 달력장의 칠백여 시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황금의 구정연휴가 반짝반짝 눈길을 끈다. 애들이 어릴 적에는 손잡고 외가 갈 생각에 설레었던 명절이었는데, 까치설빔. 묵은세배. 설 놀이 등이 사라지면서, 장성한 애들을 앉혀놓고 설교쯤으로 때우는 구정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에서는 신정과 구정 사이에 있는 一月을 보너스의 달이라고 생각하며, 자식들에게 삶과 시간의 잣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급급하기만 했나보다.
  해마다 설날에 떡국을 앞에 놓고는 애들이 물어보는 말이 있다‘어머니는 운동, 취미나 자구책 등을 작심삼일에 그치시면서, 왜 신정에 하신 말씀을 구정에 꼭 되풀이하세요?’나도 뒤질세라 대꾸를 한다.‘작심삼일로 주저앉았다가도 대나무 죽장을 짚고 다시 일어서면 되지 않겠냐? 저 빈 정원 나목에서도 새봄 새 희망을 노래하는 작은 텃새를 보거라!’며 자식놈의 입을 막아 버린다. 첩첩산중 인생길에 3도둑놈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시간 건강 죽음이라고 경종을 울려주며, 말씀 중에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틔우는 세가지 밭도 비교해주며, 올해도 계획한 바를 농부의 마음처럼 정성껏 돌보라고 일침을 놓는다. 아니 작심삼일이 되거나 오리무중 물거품이 되기를 반복하는 내 자신에게 들려주는 당부인지도 모른다, 나이 먹어가는 자식들 앞에서 한해의 단초를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구정쯤이기 때문이리라.

  퇴직 무렵에 받은 뇌교육 포럼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꿈과 희망을 갈망하며 찾아다닌다고 한다. 인생에서 꿈과 희망이 부재하다면 우리의 눈동자는 방향과 각도의 초점을 잃을 것이며, 일상의 발걸음 또한 녹아가는 엿가락처럼 휘청거릴 것이 분명하다. 뇌에 희망의 청색 신호등이 켜지게 되면 덩달아 가슴도 뜨거워지는데, 열정으로 채워진 사람은 살맛이 나므로 행복의 문고리를 잡게 된다고 한다. 미래를 향한 주도적인 선택권과 뇌에서 나오는 열정의 파워 메시지가 미래를 창조하는 용광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리라.             
  무한대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무한대의 정보와 방종을 방임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의 뇌는 무분별한 매체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정보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내 뇌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헷갈릴 정도의 도통시대는 때때로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워지는 이유가 되었다. 혼돈과 불확실성 시대에 사는 우리는 시간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치는 영혼의 자유가 필요하다. 다기망양한 미디어 정보의 홍수, 디지털 매스컴 기기에서 과감히 탈출하여, 지나친 설왕설래에 침수되지 않음이 바람직하다. 감정의 노예 생각의 노예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태양과 달이 자신의 궤도를 지키며 때가 되면 정확하게 뜨고 지듯이, 우리도 스스로 선택한 홍유성죽. 마음의 대나무를 완성하며 올해도 진취적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지금 이 순간을 맹목적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사람은 실패의 인생을 살 것이지만, 평등하고 제한된 시간을 능동적으로 끌고 가는 사람은 성공의 열쇠를 쥐게 된다. 오늘의 가장 치명적인 절망은 내일에 대한 꿈이 없음이다.’라고 말하였다. 시간이란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오직 느낌뿐인 신비스럽고도 매정한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두껍고 오래된 습관의 문을 열어 제치고 가속페달을 밟아주기에 알맞은 구정쯤, 영산홍의 꽃빛을 만끽할 수 있는 새봄이 성큼 다가온다는 전갈이 올 것이다. 마음의 봄을 화들짝 꽃 피우는 열정과 정신적 백신으로 무장하여, 우리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를 거뜬히 이겨내야 할 시점이다.   
(독자 여러분! ‘땀이 담긴 설계가 혼이 담긴 명품을 탄생시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혹여 저처럼 손에 쥔 그림의 붓을 놓치셨더라도, 다시 액션의 메시지를 날리시어 화룡점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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