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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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부채
  • 최동철
  • 승인 2020.06.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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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음력으로 5월5일 단오날이다. 단오(端午) 또는 수릿날은 우리나라 4대 명절인 설, 한식, 단오, 추석 중의 하나다. 들녘 모내기를 끝내고 더운 여름에 들어가기 직전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祈豊祭)를 겸했다.

 요즘이야 머나먼 옛날의 명절로 치부해 버리지만 기 십 여년 전만해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었다. 나쁜 귀신을 없앤다는 뜻에서 여자들은 ‘단오빔’으로 치장을 했다.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으며 푸른 새 옷을 입고 창포 뿌리로 만든 비녀를 꽂았다.

 쑥과 익모초로 만든 단오떡을 해 먹고 여자는 그네를 뛰었고 남자는 씨름이나 택견을 했다. 이몽룡과 성춘향도 이날 광한루 근방에서 가슴 두근거리는 첫 만남을 했다. 해거리 잘하는 대추나무는 이 날 갈라진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두는 ‘시집보내기’ 풍속을 겪어야 했다.

 또한 단오가 되면 곧 더위가 시작되므로, 조선시대 임금은 대신들에게 ‘단오선(端午扇)’ 즉 단오부채를 하사했다. 물론 ‘사농공상’의 신분제약이 왕성했던 때라 아무런 부채를 누구나 함부로 부칠 수 없었다.

 세자, 세손, 대군, 공주, 부원군 등 왕족은 속살 50개, 사대부 이상은 38개의 대나무 속살로 만든 합죽선을 쓸 수 있었다. 그 이하 신분은 살 수가 보다 낮았다. 평민은 칠접선이나 합죽선 같은 고급 부채를 쓰지 못해 일반 접선을 이용했다.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자는 손잡이 고리에 부채 전용 노리개인 선추를 달지 못했다. 따라서 무더운 날 길 옆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꺼덕대며 하릴없이 부채질하던 양반들일지라도 접부채를 보면 신분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신분과 인종차별을 거부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요즘의 남녀노소들은 부채 대신 손풍기를 들고 다니는 게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거개가 저렴한 중국산 전자제품이다. 부채질 보다 운치는 없지만 얼굴의 땀을 말리는데 그만큼 편한 물건도 없다.

 예전엔 부채의 종류도 많았다. 합죽선은 대나무의 겉껍질로 살을 만들고 한지를 붙여 만들었기 때문에 대나무와 한지로 유명한 전주를 특산지로 꼽는다. 국악에서 판소리하는 소리꾼이 접었다 폈다 하며 장단을 맞추는 쥘부채는 접선의 일종이다.

 조선왕실에 진상했다는 반죽선, 주로 장군 등 무인이 사용했다는 물소 뿔로 만든 외각선, 부채머리가 물고기 머리처럼 끝이 약간 뾰족하다는 어두선, 승려의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승두선,  뱀의 머리 같다는 사두선, 이밖에도 내각선, 대모선, 이대선, 삼대선 등이 있다.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때 군민들의 백신은 느긋한 합죽선 부채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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