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의 반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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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말의 반전을 ~
  • 김종례(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5.28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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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햇살 아래 눈부시게 짙푸른 녹음 아래 서 있노라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기에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내가 오월 속에 이렇게 살아 있는데~~ 5월은 참으로 생기롭고도 순결한 여인 같다’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지 않았던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우는 5월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가정의 달이기에 더욱 축복스러운 달이었다. 원초적인 세대교체와 우주섭리 순환법칙에 순응하는 가족의 존재를 다시 각성해 보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코로나 잠시 멈춤의 휴식으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숨통이 터지기도 하였었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던 일이나 익숙해진 사람과의 불안했던 격리기간을 거치면서, 우리는 일상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달아 가던 5월이 아니었던가.
 원격의료, 원격수업, 원격채용, 등 낯설은 사회적 체제나 풍경들이 일상을 지배할 전망이 보도되며, 다시 펜데믹(대유행)을 일으키려는 코로나의 동향을 바라본다.  그야말로 마스크인류 등장의 우려심으로 마음의 평정을 잃기가 쉬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한 마디 말의 위력을 되새겨 봄이 좋을 것이다.
 예로부터 지자불언 언자불지(知者不言 言字不知)- 아는 자는 많은 말이 필요 없지만, 말이 많음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많은 말들이 날개를 달고 바람을 타고 혼란을 부추키며, 주착. 망령. 경망. 이간. 아첨. 고자질로 변질되거나, 三(덧말:삼)人(덧말:인)成(덧말:성)虎(덧말:호) 같은 거짓증언이 밤새 카톡을 업고 언어의 바벨탑을 우뚝우뚝 세우는 시대이다.
종착역을 알 수 없는 미지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한마디 말의 지혜로 서로에게 위로를 줌이 마땅하다. 우리의 삶을 반전시킬 수 있는 평범한 말들은 무수히 많지만, 마음의 여지를 가지고 꼭 해야 할 말에는, 첫째 '힘을 내세요'가 있다. 우리의 삶에서 예고없이 다가오는 내리막길에 섰을 때 이 말을 들으면, 정말 우울하고 움츠렸던 마음이 태양처럼 활짝 미소 짓기 때문이다. 둘째로 '걱정하지 마세요'이다. 공연한 걱정들이 꼬리를 물고 밀물처럼 밀려올 때 이 말을 들으면, 난감했던 안개 속 장애물이 걷히는 듯, 잠시나마 수심이 썰물처럼 밀려가기 때문이다. 셋째로 '용기를 잃지 마세요'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삶의 장벽 앞에서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이 말을 들으면, 다시금 정신적인 에너지를 얻으며 삶의 용기가 샘물처럼 솟아나기 때문이다. 넷째로 '괜찮습니다. 용서해요'라는 말이다. 서로가 작은 허물로 인해 불통의 경계선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먼저 조건없이 용서한다는 한마디 말은, 어느새 자신의 허물이나 상처까지도 치유받게 되니 정녕 신비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다섯째로 5월의 햇살처럼 우리의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묘약 같은 말이 있으니 ‘사랑합니다’이다. 들을수록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용광로같이 뜨거운 열정을 품게 하는 미래지향적인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영혼에 따스하고 푸근하게 내려앉는 말은 '감사합니다'가 아닐런지~~ 골백번 들어도 흑진주처럼 귀하게 다가와서는 서로의 가슴에 기쁨과 감사의 물결이 일렁거리기 때문이다. 불평은 불평의 조건들을 만들지만 감사는 감사의 조건을 불러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릴 적 배웠던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의 위력은 평생 놀라운 힘으로 다가오곤 하였다. 이렇게 말이란 바람을 타고 부메랑처럼  떠돌다가 다시 말한 이에게 돌아와서, 자신의 삶도 반전을 일으키는 마술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렇게 평범하고 아름다운 말들은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닌데도, 왜 그토록 실천하기가 쉽지가 않은지 정녕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즉 거칠게 말할수록 마음은 점점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영혼은 점점 더 음란해지고, 사납게 말할수록 자신의 영혼도 사나워져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치유사가 되어 살리기도 하는 세치 혀의 무기를 망각하며 살게 되는지 정녕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윤택하게 빛내줄 수도 있는 날센 말의 화살을 지휘 진두함에 박차를 가함이 당연하다. 서로에게 더 늦기 전에 꼭 해줘야 할 한 마디 말이 이 싱그러운 신록처럼 우리 모두의 소망의 다리가 되기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결박의 터널에서 풀려나 해박의 길로 접어들기를~ 한마디 말의 마술과 위력으로 우리의 삶에 반전의 시나리오가 조용히 쓰여지길 기원해 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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