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3군 맹주였던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은 지금부터 8년 전인 2012년 18대 국회를 끝으로 아들 재한 씨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며 정치인생 50년을 마감했다. 이 지역구에서 5선을 역임한 이용희 전 의원은 전설이 되고 이재한 씨가 아닌 박덕흠 의원이 그 자리를 꿰찼다. 박 의원의 무대가 열린 것이다.
이용희 전 의원은 1960년 5대 민의원 출마로 정치에 발을 디뎠다. 6대 때부터 11, 14대를 제외하고 모두 11차례 국회의원에 도전, 조직의 달인으로 불리며 5선(9,10,12,17,18대)을 역임했다. 9대 첫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이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남 고 육인수(당시 공화당) 의원 등에 밀려 4차례 쓴잔을 들이켰다. 유신정권이 막을 내린 11대에는 신군부 정치규제에 묶여 출마자체가 무산됐다. 13대 때는 신군부 실세였던 박준병(당시 민정당) 의원을 만나 서울 영등포로 지역구를 옮기는 등 파란만장한 정치곡절을 겪기도 했다.
반면 17대에서는 국회부의장과 행정자치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인생에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16대에서는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서 첫 도전한 젊은 피 심규철(한나라당) 전 의원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17.18대 두 번의 리턴매치에서 심 후보를 내리 물리치고 5선 의원에 등극한 후 지방선거에서 남부 3군 단체장과 지방의원 대다수를 배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보은의 경우 2007년 대선에서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곳으로 이 전 의원의 절대적 힘이 작용했다는데 이론이 없다. 2010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선 보은옥천영동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보은도 이향래 전 군수와 정상혁 군수를 잇달아 배출했다. 이 전 의원의 공천은 곧 당선이란 등식을 만들었다.
심 전 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용희 의원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말로 이 전 의원을 높게 평가했다. 이용희 전 의원은 사석에서 “유신시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선되었는데, 현재와 같은 구도에서 당선되지 못하면 바보”라고 말한 정도로 자신감에 충전돼 있었지만 지역구 인계에 실패하고 역사 속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대신 옥천 안내 출신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출신의 박덕흠 의원의 시대가 도래했다. 박 의원은 이재한 민주통합당 후보와 심규철 후보(무소속)의 도전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박 의원에게 패한 심 전 의원은 지역구를 옮겼고 이재한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2017년 7월 11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만원이 확정됨에 따라 5년 후인 2022년에서야 피선거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이재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총선부터 지역구에 본격 모습을 드러냈다. 5선 정치인 이용희 전 국회의원의 3남으로 ‘지역구 세습 vs 2세 정치인’이란 논란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첫 등판에서 쓴 잔을 들이켰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2016년 총선에도 도전했지만 박덕흠 의원에서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 전 위원장이 민주당 곽상언 후보를 적극 지원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추종 세력이 이번 총선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한 카드로 보는 것이다. 이재한 전 위원장(56)은 이제 50대 중반이다.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포기(?)하기엔 여전히 젊은 나이다.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이 전 위원장의 심경이 복잡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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