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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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야기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20.04.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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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에 문공이라는 왕자가 있었다. 그런데 임금이 죽고 왕실이 어지러워지자 왕자 문공은 멀리 다른 나라를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문공에게는 여러 명의 신하가 있었는데 개자추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개자추는 무척 충성스러운 신하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문공의 옆을 떠나는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어 문공은 너무 배가 고파 쓰러지고 말았다. 몇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문공의 몸은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말라있었다. 또 험한 여행길에 지쳐 문공은 금방이라도 지쳐 죽을 만큼 약해져 있었다.
그때 개자추가 다리를 조금씩 절며 문공에게 다가와 구운 고기를 내밀었다. 문공은 개자추가 주는 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기운을 차려 계속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개자추가 자기의 넓적다리를 잘라 구운 고기였다. 개자추는 문공을 살릴 수 있다면 자기 살을 베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문공은 진나라에 임금이 되었다. 문공을 모시던 신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런데 문공은 그를 도와주었던 개자추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게다가 다른 신하들의 말만 듣고 개자추에게 아무 상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개자추는 문공을 원망하지 않았다. 개자추는 그 길로 어머니와 함께 먼 산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문공은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문공은 여러번 신하를 보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문공은 개자추를 다시 불러내기 위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한 신하가 나서며 산에 불을 지르면 개자추가 숨지 못하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공은 개자추가 나오도록 당장 산에 불을 지르도록 했다. 문공이 명령을 내리자 산에 불을 붙였고, 산속 깊은곳까지 불길은 거세게 번져갔다. 하지만 개자추는 끝내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이 말을 전해들은 문공은 너무 마음 아파하며 앞으로 해마다 오늘이면 불을 지피자 말도록 하라고 명했다. 개자추의 충성심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그날 이후로 한식날에는 개자추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피지 않고 찬밥을 먹었다고 한다. 한식은 한자로 차가울 한, 음식 식자로 즉 찬밥을 먹는 날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말고도 한식이 내려오게 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는 불씨가 무척 귀했다. 그래서 아낙네들은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런데 그 중 해마다 봄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한식날 대궐에서는 새로 불을 일구어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백성들은 새 불씨를 받기 하루 전에는 일년동안 썼던 묵은 불을 꺼야 했다. 그래서 한식날엔 새 밥을 지어 먹지 못하고 전날 지어두었던 찬밥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한식은 동지가 지나고 105일째 되는 날이다. 이때는 농촌에서 한참 씨를 뿌릴 때이기 때문에 특별한 놀이를 하지는 않았다. 조상의 묘를 찾아가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면서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한식날이 되면 나라에서 관리자들에게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조상의 묘를 돌볼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한식날은 양력으로 보면 대체로 4월 5일, 6일 쯤이 된다. 식목일과 비슷할 때다. 이때가 일년중 나무를 심거나 씨를 뿌리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라고 한다. 한식은 농사와 관계가 깊은 날이다. 이 날을 일년 농사의 처음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날을 기준으로 채소 씨를 뿌려 새해 농사를 시작했다.
한식날 비가 오면 사람들은 그 한식을 물한식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다고 한다. 불에 타 죽은 개자추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비가 오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맘때 나무를 심고, 씨도 뿌렸으니 비가 오면 나무도 더 잘 자라고 싹도 잘 트기 때문이다.
개자추의 이야기와 농사일에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니 참 신기하다. 한식의 풍습이 우리 생활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한식날 무렵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건조기다. 게다가 바람도 많이 분다. 그런데 이럴 때에 잘못해서 바싹 마른 나뭇가지와 풀에 불이 붙어 버리면 큰 산불이 되곤 한다. 이렇듯 한식은 건조한 날씨에 잘 맞는다. 불을 조심하고 잘 관리하는 날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한식날이 되면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해야겠다. 개자추의 슬픈 넋과 위험한 불과 잘 다스렸던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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