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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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이야기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20.02.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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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자작~’ 귀복이는 힘껏 호두를 깨물었다. 이가 빠질 것처럼 얼얼했지만 살살 깨물수는 없었다. 단 한번에 호두를 깨물어야만 했다. ‘뽀지직~’ 옆에 앉아 있던 동생 귀동이도 지지않고 따라했다. 귀동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호두를 못 깨물고 땅콩을 깨물었다.
호두나 땅콩을 여러번 깨물지 않고 단번에 깨물어 부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귀복이와 귀동이는 깨진 호두와 땅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것을 지붕에 힘껏 던지며 소리쳤다. “부럼이야 부럼나가라.”
이렇게 귀복이와 귀동이처럼 음력 1월 15일인 정월대보름 아침에 일찍 일어나 땅콩이나 호두를 깨무는 것을 부럼깬다고 한다. 또 부스럼의 준말로 피부에 생기는 종기를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부럼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정월대보름 아침에 딱딱한 부럼을 깨어 먹으면 사람의 피부도 그렇게 단단하다고 한다. 그래서 피부에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에는 먹을 것이 다양하고 좋은 음식도 많이 먹어서 부스럼이 많이 나지 않지만 옛날 어린이들은 달랐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피부가 헐거나 버짐이 피기도 했다.
그런데 땅콩이나 호두같은 열매는 그런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쌀보다 수십배나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한해를 시작하는 달에 아이들에게 이것을 미리 먹여서 일년동안 피부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또 부럼을 까는 소리가 워낙 시끄럽기 때문에 이 소리를 들은 잡귀신들이 깜짝 놀라 도망갔다고 한다. 정월대보름 아침에는 부럼까기 말고도 더위팔기라는 것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달이 밝은 밤을 신비롭게 여겼다. 특히 보름날 밤에는 둥근달을 보며 더욱 흥겨워 했다. 그래서 1년 중에서도 첫 번째 찾아오는 정월대보름을 소중히 여겨서 대보름이라고 부른 것이다. 대보름 날 밤이 되면 뒷동산에 올라가 다같이 달맞이를 했다.
정월대보름날 뜨는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이날 농부들은 풍년이 들기를 빌고 시집 장가를 잘 가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또 이때 달을 먼저 본 사람들은 운이 좋다고 해서 너도나도 열심히 언덕을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달맞이를 하고 난 후에는 재미있는 놀이를 했다. 불놀이랑 다리밝기 같은 것을 즐겨했다.
동산위에 달이 떠오르면 사람들은 달집에 불을 붙였다. 달집은 달맞이를 하기 전에 미리 언덕위에 지어 놓은 조그마한 나무집이다. 불에 잘 타는 나무를 쌓아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이 달집에 불을 붙여 훨훨 잘 타야 그 동네에서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둑과 밭둑에도 불을 놓고 쥐불놀이를 했다. 이렇게 쥐불놀이를 하면 일년 동안 병이 없고 나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새해 들어 처음 뜨는 보름달을 무척 소중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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