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이야기
상태바
설날 이야기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20.02.0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나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새해 첫 번째 날인 음력 1월 1일 설날이 되면 모두들 이런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한다.
설날 아침에는 모두가 일찍 일어나 설빔을 입는다. 설빔은 설날 아침에 입는 새 옷이다. 요즘엔 예쁜 옷이 많고,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돈을 주고 사면된다.
그러나 옛날엔 그러지 못했다. 모두 어머니들이 직접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은 가을부터 옷감을 준비해 두었다가 설날 전날 밤까지 식구들의 옷을 정성껏 만들었다. 그리고 설날 아침에 다 만들어진 새 옷을 입었다. 특히 아이들에겐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를 입혔다. 색동저고리를 만들려면 예쁜 옷감 조각이 많이 필요해서 어머니들은 일년전부터 옷감을 모아 두기도 했다. 그만큼 색동저고리는 엄마의 적성이  가득 들어있는 설빔이다.
어른들은 고운 설빔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에게 차례를 지내자고 한다.
차례는 무엇일까. 우리 어른들은 돌아가신 조상들을 섬기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우선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했다. 상을 차려 놓고 조상들에게 절을 하여 인사를 드리는 것이 바로 차례이다. 차례가 끝난 다음에는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렸다. 이때 하는 인사를 그냥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큰절로 새해 인사를 드려야 했다.
그것이 바로 세배였다. 세배를 할 때에는 좋은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행복을 빌고 축복해주는 것이라 참 아름다운 풍속이다.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떡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지금은 설날이 아니어도 떡국을 종종 먹지만 옛날에는 설날에만 떡국을 먹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에는 떡국 몇 그릇 먹었냐고 묻기도 했다.
이렇게 즐거운 설날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지켜온 명절이다. 그만큼 전해내려 오는 놀이와 풍습도 많다.
혹시 복조리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복조리는 말 그대로 복을 주는 조리였다. 조리는 쌀 안에 섞여 있는 지푸라기나 돌을 버리고 쌀만 골라내는 도구였다. 복조리는 새해 첫날 이른 새벽에 벽에 걸어 두었다. 그 해에 행복을 조리로 일어서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한 것이다. 새해 첫날 새벽이 되면 복조리 장수는 소리 높여 복조리를 사라고 외친다. 그러면 이 소리를 제일 먼저 들은 사람이 복조리 장수를 부르는데 이때 절대로 집주인이 문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복조리 장수를 집안으로 불러서 복조리를 사야 한다. 복조리는 이른 아침에 사야 복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아주 새벽부터 복조리 장수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농기계가 발달해서 쌀에 돌이나 지푸라기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복조리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이젠 복조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설날 새벽에 외치는 복조리 장수의 목소리가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해 풍속에는 복조리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중에 야광귀라는 귀신 이야기도 있다. 야광귀는 설날 밤에 인간세상에 내려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사는 집까지 찾아온다. 그런데 이때 아이들이 벗어 놓은 신이 있으면 그것을 신어 보다가 제 발에 맞으면 그대로 신고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신을 잃어버리면 신발 주인들은 일년  내내 운수가 나쁘다고 한다. 그래서 설날 밤이면 어른과 아이들 모두 신을 방에다 들여놓거나 다락에 넣어두고 잤다고 한다.
그리고 불을 끄고 신을 감춘 뒤에 체를 안마당 벽이나 장대위에 걸어둔다. 체는 가루가 액체에 쓰는 도구다. 야광귀가 신발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체를 발견하게 되면 체에 있는 구멍이 너무 많아 눈이라고 생각해서 신을 훔쳐가는 것도 잊고 밤새 체 구성을 세고 날이 밝아 닭이 울면 놀라서 달아나 버린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섣달그믐밤을 꼬박 세우느라 힘들었던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 위해 생겨났다고 한다.
이렇듯 새해 첫날인 설날은 하루 종일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나누며 즐기던 우리의 명절이다. 이날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년 내내 좋은 일만 생기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다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 다가오는 설날에는 더욱 아름다운 말씨와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