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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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이야기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20.01.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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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나라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공공이라는 사람에게 골칫덩어리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얘야 아직도 잠만 자고 있느냐, 이 녀석아 이제 아비 속 좀 그만 썩이거라,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저지를 게야.”
공공은 아들 때문에 하루도 맘 편히 지낸 적이 없었다. 아들이 계속 마음에 들지 않는 일만 저지르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날, 공공의 말썽쟁이 아들이 죽어버렸다. “아이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공공과 식구들은 아들의 죽음을 몹시 슬퍼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동짓날 죽은 말썽쟁이 아들이 역진 귀신이 되었다고 한다. 역질은 천연두 라는 무서운 전염병이라고 한다. 지금은 예방 주사를 맞으면 걸리지도 않는 병이지만 옛날에는 정말 무서운 병이었다. 고칠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마을에 역질이 들게 되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꼼짝없이 앓다가 죽어버렸다.
공공은 아들의 넋이 역질을 옮겼다 간 마을은 금세 병자들로 우글우글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아들이었다고 해도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어 어떻게 해야 역질 귀신을 몰아냈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공공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래! 그 애는 팥을 두려워 했었어. 그렇다면 역질 귀신이 된 지금도 팥을 무서워 할지도 모르지.”
공공은 아들이 팥을 무서워했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곧 팥죽을 쑤기 시작했다. 드디러 붉은 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공공은 팥죽을 떠서 대문간과 마당 구석구석에 뿌렸다. 그런데 이때 마침 역질 귀신이 된 아들이 공공의 집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으악~ 이게 뭐야.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팥죽이잖아.” 귀신은 대문간에 뿌려져 있는 팥죽을 보고는 집에 들어올 엄두도 내지 못하고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동짓날에 왜 팥죽을 먹게 되었는지에 관해 먼 옛날의 책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가 정말인지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팥죽은 귀신을 몰아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책에 쓰여져 있다. 동지는 일년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이날부터 해가 다시 조금씩 길어진다. 그래서 속담에 동지 지난지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처럼 길어진다는 말도 있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아세라고도 했다. 아세란 작은 설이라는 한자말이다. 동지는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에 다음해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동지는 설날만큼 중요한 명절로 지켜왔다고 한다.
동짓날 서로 달력을 주고 받고 하는 풍습이 생긴 것도 이런 생각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짓날 풍습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팥죽을 끓여 먹는 것이었다. 동지팥죽을 쑤어 먹으면 앞에 나온 공공의 이야기처럼 나쁜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동지팥죽이 다 되었다고 해서 대뜸 먼저 먹으면 안된다. 먼저 사당에 올리고 마당 여기 저기에 떠놓았다가 다 식으면 먹어야 한다고 한다. 사당은 죽은 조상의 여람을 나무에 적어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왜 귀신들이 팥죽을 무서워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팥은 곡식 중에서도 유난히 붉은 색을 지닌 것이다. 붉다는 말은 원래 밝다는 말에서 온 것인데 옛날 사람들은 귀신은 밝은 것 즉, 붉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색이 있을 때 달아나거나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귀신을 쫓을 때 붉은 것을 대문에 걸어두거나 붉은 색을 칠하곤 했던 것이다. 남자 아이를 낳은 집에 붉은 고추를 새끼줄에 걸어 놓은 것도 나쁜 귀신을 몰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에 생긴 풍습이다. 또 우리 조상들이 집 앞에 봉숭아나 맨드라미를 심어 놓은 것도 나쁜 귀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팥을 죽만 쑤어 먹은 것이 아니고 전염병이 유핼 할 때 마을 우물에 넣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사라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아기들의 백일이나 돌에 수수팥떡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풍습은 오늘날까지도 끊어지지 않고 잘 지켜 내려오고 있다. 팥죽을 쑤어 먹으면 다음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기를 빌면서 동짓날이 되면 꼭 엄마가 해주시는 팥죽 한 그릇 먹으면서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해에 건강을 빌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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