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주년 속리산 등반
고향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고향의 산천을 찾아서 애향심을 느끼고 가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재경 보덕중학교 동문회(회장 김홍영) 회원들이 조직한 산사랑 산악회(대장 홍범식 재정경제부 부이사관)는 출범 1주년 기념으로 지난 10일 고향인 속리산 국립공원을 찾았다.매월 둘째주 일요일을 정기 산행 일로 잡아 지난해 11월18일 과천 청계산 첫 등산 이후 매번 20명 남짓 산행에 참석했던 것과는 달리 속리산을 등반한다고 하니까 거의 80명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산행코스도 길고 인솔하는데도 문제가 따를 것을 우려해 버스 한 대인 45명만 선발(?)했다. 대기온도가 시골보다 더 높은 도심은 아직 단풍나무나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잎이 나무에 붙여 있거나 거리에 떨어져 가을 운치를 느낄 수 있으나 시골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벌써 초겨울 풍경이 아니던가.
오전 10시 경북 화북에서 문장대→천황봉→내속리면 대목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한 이들은 얼음이 있고 곳곳에 녹지않는 눈을 보며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산행을 즐겼다. 3번은 와야 극락에 간다는 문장대 정상에서는 처음 왔다는 사람, 두 번째라는 사람 등등 문장대 산행이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님을 실감한 회원들은 장관을 이룬 기괴한 봉우리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산죽이 대평원을 이룬 천황봉 등산로에서도 색다른 풍경에 다시 한 번 탄성을 질렀다.
그렇게 주변을 감상하며 즐긴 산행 시간이 당초 4시간에서 4시간 30분 가량 소요될 것이란 예상을 훨씬 초과해 후진까지 최종 하산하는데 6시간이 걸렸다. 특히 대목리 하산길은 등산로가 도중이 없어져 계곡으로 내려와야 하는 구간이 있을 정도로 잘 정비가 되지않았고 경사가 심해 무릎이 좋지 않은 경우 고생이 예상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2시에서 3시면 하산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만수리 털보농장에 식사 예약까지 해놓은 상태였는데 농장 도착시간이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그래도 최고령인 3회 김해서(외속 장내 출신), 성종옥(마로 관기 출신), 김익선(마로 원정 출신) 동문들도 장시간 소요되는 등산을 거뜬히 해냈다. 하산하면서 이미 기온이 내려가 날씨가 매우 추웠고 몸은 천근만근으로 상태에서 이미 서울로 출발했어야 하는 시간에 도착했으니 고생길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고 회고할 만 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숯불을 피워가며 멧돼지 생고기를 한 첩 한 첩 구워먹고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주인장이 내온 막걸리로 목을 축이면서 왁자지껄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사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 분위기에 젖어버렸다. 아예 정체되는 시간을 피해서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할 정도로 회원들은 어느 새 고향의 공기 속에 묻히고, 고향의 맛에 취했고, 고향의 인정을 마음속에 담았다.
한참 밤이 익어갈 즈음 푸근한 고향의 정겨움을 또 기억만 하고 있어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향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대목리의 시리도록 깨끗한 계곡 물에 땀을 씻고, 10대의 어린 꼬마시절로 돌아가 아직 떨지 않은 감을 따기 위해 감나무에도 올라가기도 했다. 공사로 인해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자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트럭 짐칸에 빼곡하게 몸을 싣고 털보농장을 갔던 다시 할 수 없는 경험도 이날 산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홍범식 산악대장(10회)은 “산행하면서 시간 조정이 안돼 예상 시간을 훨씬 초과한 산행으로 진행에 어려움이 따랐지만 사고 한 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푸근한 고향을 가슴 가득 안고 가기 때문에 또 얼마간은 향수병을 앓을 수도 있지만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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