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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한편의 코미디 소리 듣지 말아야
[1426호] 2019년 05월 09일 (목) 김인호 기자 kih2770@hanmail.net

보은군은 천연기념물 생물자원화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 자목 2만1000여 그루를 양묘장에서 10년간 키워오다 이 가운데 200여 그루를 일반에 유상 분양하려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판매중단 요청에 분양계획을 보류했다.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일반에 판매한 사례가 없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애초 유전자 보존을 위해 현상변경 허가를 내준 것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쓰려면 법령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은군에 판매 보류를 요구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달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정이품송 후계목 판매 불가는 한 편의 코미디’라는 글을 올렸다(보은신문 4월 25일 게재). 이 교수는 문화재청이 보은군의 속리산 정이품송 후계목 일반분양 계획에 제동을 거는 것은 공무원들이 법의 내용을 아주 넓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하는 공무원이 많을 때 코미디 같은 일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씨앗을 받아다가 후계목을 키우는 것이 정이품송의 현상을 변경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는 “오히려 후계목 재배를 장려해 정이품송이 죽었을 때 대를 이을만한 나무를 만들어내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매를 붙여 최대한 비싸게 팔고 그것으로 군민들을 위해 쓰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 교수의 기조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물을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역사를 전공한 출향인과 며칠 전 나눈 대화를 요약했다.
“정이품송 묘목을 판매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없는 탁상행정의 일환으로 무지의 소치라고 본다. 문화재는 희소성과 역사성(소위 스토리)이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 상식만 있다면 먼저 관계기관에 사업의 적법성 여부를 문의한 후 진행했어야 하고 희소성이 있는 문화재의 사본을 각지에 분양해 취급한다면 정이품송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조경수로 전락할 뿐이기에 문화재로서의 생명은 끝난다고 볼 수 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화적 가치다. 국외유출 문화재 환수 운동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경영수익사업(?)으로 본다는 의견은 문화재에 대한 얕은 발상으로 본다. 먼 미래를 못 본 근시안적 접근일 뿐이다. 언젠가는 정이품송이 고사할 것이다. 그때 우리 후손들은 정이품송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모두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된 묘목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순 없다.”
“정이품송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접근할 근거도 없지만 실익도 없다. 문화재는 돈으로 환산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존중받아야만 존재가치가 있다. 보은군민은 쇠락해 가고 있는 정이품송을 어떻게 더 유지시켜야 할 지 더욱 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고사에 대비한 대체목을 잘 육성해 먼 훗날을 대비해야 한다. 정이품송은 연걸이 소나무이기에 천연기념물이 된 것이지 보은에 있는 소나무를 대표해서 천연기념물이 된 것은 아니다.”
보은군은 폭설과 강풍에 가지가 부러지고 솔잎혹파리 피해에 수세가 많이 기울어진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관리에만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 문화재를 관리 보호하는 문화재청이 보은군의 후계목 분양 계획에 대해 어떤 결론을 돌출해낼지 주목된다. 보은군의 손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당초 현상변경 취지였던 유전자 보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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