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4.25 목 13:48
인기검색어 : 국도, 보은황토배
 
 
> 뉴스 > 종합 | 목요단상
     
성(城)
[1421호] 2019년 04월 04일 (목) 南江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태양이 직접 쏘는 열기도 버거운데 땅에서 반사되는 뜨거움까지 제곱멱이 된다. 황토 먼지와 함께 왁자지껄 학생들에게 한바탕 수난을 겪더니, 한국인 성지 순례 팀도 다녀간다. 천년의 세월에도 꿈적 않는 단단한 흙벽, 이 힘은 무엇에서 비롯되었을까. 만리장성의 서쪽 끝 가욕관 관성이다.
  남의 땅, 좋은 곳도 아닌 사막에서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난 오늘 우리 민족에게 어떤 굴레처럼 씌워진 역사적 시련과 난맥들을 떠올리며 애통해 한다. 조선의 정세가 조금만 흔들리면 해떨어지길 기다리던 올빼미처럼 눈을 번뜩이는 이웃나라들을 두고도 당파싸움에 여념 없던 조정의 사대부. 쇄국을 해놓고는 치열한 가족 싸움에 혼을 빼던 왕가로 인해 후손들이 이렇게 통탄한다. 숨이 막힌다.
  도쿠가와는 외압에 의해 일본을 개방 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잡았다. 국민을 똘똘 뭉치게 유도하는 능력이 있었고 기회를 열어 주었다.
  21세기인 지금도 가끔 나라 생각 보다는 당파 싸움에 더 혼신을 다하는 정치판을 보면 저들이 후손들에게 무엇을 대물림 할지 의심스럽다. 후손들도 우리처럼 가슴 치게 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될 때가 있다.
  하서 제일의 요충지라는 가욕관 관성은,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명 홍무 5년부터 짓기 시작했단다. 사막을 가로지른 험준한 지세 위에 이중으로 웅장하게 세워서 천하제일 웅관이라 부른단다. 만리장성의 다른 곳과는 달리 돌이 아닌 토벽이다. 내성의 장벽 위에는 성루와 망루, 갑문루 등이 열네 채 배치되어 위엄을 더해 준다. 바닥과 토벽이 푸석해 보이지만 실제는 돌처럼 단단하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장마 와 장대비가 없는 기후 탓도 있겠지만 수많은 인부들의 땀으로 다져졌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언젠가 오사카 성에서 기단으로 사용된 돌이 하도 커서 놀란 적이 있다. 각 지역의 수장들이 앞 다투어 풍신수길에게 바친 뇌물이란다. 중장비는 상상도 못하던 시대에 풍신수길의 위력과 흐뭇해하는 미소 밑에 깔려 있는 민초들의 피멍이 선하다.
 
  성은 기능상으로 보면 행정적인 목적이나 군사적인 목적도 있지만 주민들이 약탈자로부터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심리적인 목적도 있다. 중국이나 우리의 성들에 비해 일본의 성들은 투철한 전투용이다. 우리의 성은 이중이라 해도 外城의 성문만 하나 무너지면 고스란히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일본의 성에 비하면 우리는 아담하지만 전설을 담고 있는 성들이 많다.
순창에서 담양 방향으로 보면 성이라기엔 초라한 특이한 성이 있다. 홀어미 성이다. 미모 빼어난 신씨 성을 가진 청상과부가, 권력과 부를 내세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도가 박씨의 유혹에도 끝까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시합을 했고 손톱이 다 닳도록 목숨 걸고 성을 쌓은 신씨가 다 쌓고 허리를 펴고 보니 박씨가 저만치 오고 있다. 이겼다는 쾌감에 손을 툭툭 털고 볼웃음 머금으며 서 있었다. 그런데 왼 일인가 박 씨가 신 과부를 보는 순간 자기가 이겼다고 미친 사람처럼 좋아 설치더란다. 신여인의 치마에 묻은 흙을 털지 않았음을 본 게다. 찰나에 변명의 여지도 없이 신여인은 높은 절벽 위에서 바다로 뛰어 들었단다. 정절情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성을 쌓았지만 그 여인은 장렬하게 산화散華 했다. 전설일 뿐이지만 외롭고 힘든 자신의 방어가 가슴을 찡하게 하는 성이다.
  권씨와 김씨, 두 장수가 난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쌓았다는 설악산의 권금성의 전설도 가슴을 데워준다. 가장은 가족의 성이고 가족은 가장의 성이다
  핵무기가 날아다니는 판에 城이 소용없어진 세상인 것 같아도 진정 성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 자유 우방이란 이름으로 하회탈처럼 웃으며 자기네 이익 챙기기에 바쁜 힘 있는 민주 국가들, 우리도 저네들처럼 웃으면서 국민이 뭉쳐 스스로 든든한 성이 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 주기를 입 벌리고 기다리지 말고 정부에 힘을 실어 줘야 할 우리가 아닐까. 나라는 국민의 城이 되고 국민은 나라의 城이 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외침으로부터 방어하고 공격하는 나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城, 대한민국을 그려 본다.


南江 오계자 (소설가)의 다른기사 보기  
ⓒ 보은신문(http://www.boeun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뻣뻣한 장관 vs 넙죽 엎드린 지...
보은고 앞 사거리 신호등 vs 회...
땅 한 평 없는 ‘정이품송’과 ‘...
한국농어촌공사 “궁저수지 안전에 ...
이주의 이모저모
수한면민 한마당 큰 잔치 성료
정이품송 후계목 판매 불가…한편의...
제5회 대추골먹그림 회원전 ‘인기...
직접 만든 장수지팡이 보은군에 기...
충북지방공무원, 필기 120% 선...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376-800 충북 보은군 보은읍 교사2길 18 | 개인정보관리책임자·청소년보호책임자 나기홍
사업자 등록번호 302-81-04861 | 제보 및 각종문의 043-543-1540 | 팩스 043-543-6409
Copyright 2003 보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agiho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