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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논문
[1419호] 2019년 03월 21일 (목)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옛날 사람들은 입을 옷을 짓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목화를 심고 또 삼베농사도 지었다. 목화는 익어서 터진 ‘다래’에서 따모은 솜으로부터 물레를 돌려서 무명실을 뽑고, 삼베는 긴 대마줄기를 베어서 ‘삼찌기’라는 과정으로 찌고 삶아서 삼실을 뽑았다. 또 명주실은 누에애벌레가 만든 실에서 얻는다. 즉, 누에애벌레에게 뽕잎을 따다 먹여서 몸집이 커지면 고치를 만들어서 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서 잠복기에 들어간다. 그 고치 속에 들어가 있는 번데기가 구멍을 뚫고 나방이가 되어 나오기 전에 모아 삶아서 고치로부터 미세한 몇 가닥의 실을 합쳐서 고운 명주실을 뽑는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만든 각각 다른 종류의 실을 베틀에 올려 여인네들이 밤세워 짜낸 것이 무명베요, 삼베요, 비단(명주)이었다. 여인들은 자기가 짠 베로 가족들의 옷을 지어 입히고 남은 조각천은 헤어진 옷을 보수하는데 사용했다. 그래서 가난한 집안 여인들의 치마와 아이들의 옷에는 붙인 조각베들이 한두 군데는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여인네들의 몫이었으니 농사지으랴, 밥하랴, 베 짜랴, 옷 지으랴, 아이낳아 기르랴, 정말 신고가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옛날 여자들은 시집가는 날부터 일복이 터져있었다. 나의 누님은 시집간 후 10년 동안을 시어머니가 친정에 한번도 보내지 않고 시집살이를 시켜서 안사돈에 대한 부모님들의 원망이 크셨다. 요즈음처럼 별로 하는 일 없이 손톱에서 발톱까지 자기 몸단장이나 하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부려먹는 영악한 며느리들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
 조각보는 옷을 만들고 남은 천조각을 모아서 만든 것으로, 주로 음식을 덮는 보자기로 사용하였는데 들일하는 머슴과 식구들의 중참, 상참상을 덮어 이고 가는데 쓴 것이 그것이었다. 그것이 요즘은 아예 색깔이 있는 좋은 베를 일부러 조각내어 다시 오려 붙여서 알록달록하게 예술작품화 시키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이것은 전연 조각보의 원래 모습은 아니다.
 조각보 이야기가 나오니 학교에서 논문을 지도할 때 생각이 난다. 대학원에서 학생들의 최종목표는 학위의 취득이다.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하다 보면 갑자기 조각보가 생각날 때가 많다. 이미 발표된 선행연구나 남의 책에서 인용한 문장들을 두서없이 인용하여 짜깁기 한 글들 말이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도용하여 자기 생각인양 속여서 써먹다가는 표절시비가 붙으니 할 수 없이 출처는 밝히지만 온통 인용만으로 이루어진 논문을 들고 오는 학생들이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조각보 논문”이다. 조각보로는 논문이 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조각조각 오려붙인 글로는 뚜렷한 논지도 없고 일관성 있는 논리전개도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가 직접 쓰는 것보다 그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즈음 아주 늙으막한 제자가 논문지도 받는다고 불원천리 산골에 사는 내집까지 찾아왔다. 내용을 보니 좋은 말로 수고했다는 말을 해 줄 수가 없어서 꾸중만 했다. 제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어떤 허술한 학술지에 논문을 하나 발표하였다고 자랑하면서 다음에 이런 것 하나만 더 발표하면 학교에서 학위를 (거저)주지 않느냐고 질문을 할 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나 수업시간에 논문작성법에 대해 강조하여 말을 했음에도 ‘도로아미타불’이었던 것이다. 벌써 7달 전에 시킨 데로는 하지 않고 엉뚱한 짓만 한 것이었다. 그리고 고집도 세서 남의 말도 잘 듣지 않는 학생이었다. 노력도 하지 않고 오직 학위에 대한 욕심만 가득한 것을 보고 공연히 열불이 났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동안의 인간관계 때문에 딱 끊지도 못하고 고민만 쌓였다. 그는 내가 너무 권위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른 간판교수한테 가져가서 적당히 삶아서 통과하는 문제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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