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杞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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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杞憂)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8.04.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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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우란 앞날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을 말한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憂)하고 다닌 사람이 있었다. 하도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까 나중에는 먹고 자는 일조차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어떤 사람이 그를 깨우쳐주려고 “하늘은 형체가 없는 기운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걱정 많은 사람은 다시, “어떻게 해와 달과 별들이 떨어지지 않고 있을 수 있느냐?” 고 물었다. 이에 “해와 달과 별들은 쌓인 기운 중에 광채가 있는 것일 뿐”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걱정 많은 사람은 “혹시 땅이 꺼지지는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 사람은. 땅도 여러 개가 쌓여 하나의 큰 흙덩어리가 된 것일 뿐이라고 자세히 설명하니 그때서야 비로소 근심이 풀리게 되어 두 사람이 모두 기뻐하였다.
 장려자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무지개, 구름. 바람, 비, 춘하추동 사계절과 산악, 하천, 바다, 같은 것들이 각각 하늘과 땅의 기운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늘과 땅이 괴멸한다는 것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모두 옳지 않다. 하늘과 땅도 본래 괴멸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열자가 이 말을 듣고 역시 웃으면서 “하늘과 땅이 괴멸될지 안 될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니 하늘과 땅이 괴멸되고 안되고는 내가 개의할 것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 두 사람과 장려자와 열자 모두 우문우답(愚問愚答)일 뿐, 오늘날 과학적 지식으로는 모두 신화같은 황당한 이야기들이다. 신화는 각 민족들 간에 구전되어오면서 기록으로도 남겨졌다. 날개달린 천사들이 하늘을 날고 동식물과 별들과 달이 인격화되어 나타나는 신화는 동화같이 재미있는 이야기 들이다. 땅이 우주의 중심인 천동설(天動說)을 믿던 시대 이야기다. 1543년 코페르니크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서양 중세시대에는 곳곳에 화형장이 있어서 소위 하나님을 믿지 않는자를 종교재판에 회부하여 화형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기들이 믿는 것을 진리라고 주장한 무지의 소치였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주의 신비도 하나하나 풀리고 있다. 이 우주에는 천억개의 은하가 있고, 가장 먼 은하가 지구에서 132억 30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고 하니 우주가 얼마나 넓은가. 그 많은 은하들 중에서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수는, 태양과 같은 별 2000억 여개가 모인 집단이다. 지구가 태양계 안에 있는 조그만 행성인줄 알았다면 그런 우문우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의 비밀이 풀릴수록 인류의 기우는 더욱 늘어가고만 있다. 특히 대형운석과 혜성의 지구충돌, 지구의 공전궤도 이탈은 지구상에 있는 인류와 모든 생명체를 일시에 전멸시킬 수도 있다. 비록 수십, 수백만 년에 한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내일 당장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차라리 하나님이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고 사는 우매함이 현명한 삶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우주지식이 전무했던 신화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시와 소설에서 창작해낸 이야기를 감상하며 꿈의 세계를 살고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온다던 “그분”은 영원히 오지 않고, 죽은 후에 까지도 다시 살려는 인간의 한없는 욕심이 없어지지 않는한 신화시대의 상징물인 종교는 인류와 함께 영원히 존속할 것이다.
 기우, 말이 나왔으니 가까운 가정사로 돌아와서 생각해본다. 부모의 자식걱정은 평생의 기우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을 ‘기우’라는 요람 속에 계속 가두어 두려하고 자식들은 그런 요람에서 해방되려고 반항한다. 자식들은 부모가 떠난 후 비로소 부모의 참마음을 알고 통곡한다. 이러한 마찰과 통곡의 소리는 인류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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