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북면 대안리-활인봉 아래 펼쳐진 그림같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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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북면 대안리-활인봉 아래 펼쳐진 그림같은 마을
  • 김춘미
  • 승인 2006.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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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청주간 19호 국도 상에 있는 내북면 대안리.

안대안과 바깥대안 두 개의 자연마을이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자리하고 있다. 보은에서 창리로 향하다보면 오른편에 8가구가 살고 있는 바깥대안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더 걸어가면 왼편에 20가구가 모여 사는 안대안이 있다.

이곳은 경주 김씨 집성촌이며 타성은 몇 가구 안 된다고 한다.

마을은 대안이라는 지명에 있듯 安(편안 안) 자가 잘 어울릴 만큼 첫인상이 친숙했다.

주위 경관도 나름대로의 멋이 살아 있어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마을 뒷산에는 산사태를 막기 위해 돌을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곳이 있다. 그것은 예전에 석광이 있을 때 만들어놓았던 것이라고 한다.

그 산에는 지금도 대리석이 많은 양 매장되어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폐광이 된 지 오래다.

대안리에는 말구리 고개라고 있는데 말구리 고개∼살티고개∼미티고개∼청주에 이르는 길목이었다. 생활권이 청주에 많이 인접해 있어 손수 소를 몰고 청주 장에 가서 팔기도 했다고 한다.

고개가 험해 말이 넘다가 굴러 죽었다 해서 말구리고개라고 불린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대안리 주민들은 상궁보건소를 이용하는 데에 있어 버스도 없고 교통이 불편해 다니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보건소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날을 정해 마을을 직접 방문, 약도 갖다주고 뭐가 필요하다고 하면 챙겨와 전해주는 등 주민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고 있어 주민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인들만 생활하는 마을에 그나마 돌아보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날로 다양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 사회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어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돼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안리 마을 봉사자로는 정영근(62) 이장과 남상용(70) 노인회장, 정창영(41) 새마을 지도자, 반금순(54) 부녀회장이 있다. 

# 빈촌이라 살기 어려워
대안리는 산악지대라 농경지가 빈약한 편이다.
논의 총 경지면적이 2만 7000여 평에 불과하며 밭이 논보다 배는 많다고 하지만 경사지가 많고 특별한 소득 작물이 없어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한다.

대안리에서 눈길을 끄는 작물로는 김학조(48)씨가 재배하는 참나무에서 자라는 표고버섯이 있는데 재배 농가가 단 1가구뿐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도 보은군에서는 제일 큰 규모일 거라며 정영근 이장은 김학조씨의 버섯재배 하우스가 안대안과 바깥대안에 여러 동 있어 재배 면적이 상당하다고 했다.

마을 기금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 아직 마을 유래비도 건립하지 못했으며 해마다 하던 경로잔치도 지금은 안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겉으로 보면 농촌도 눈에 띄게 발전한 듯 하지만 농민들의 속사정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옛날이 좋았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은 분명 아닐 것이다.

정영근 이장의 부인으로 현재 대안리 부녀회장직을 맡고 있는 반금순씨의 말에 의하면 부녀회가 예전에는 절미를 하며 기금을 마련하는 등 회원들의 노력으로 기금을 적잖게 적립해 두었는데 IMF를 맞으면서 농협에 맡겨놓아 봤자 이자도 싸고 주민들 사정도 어려워져 약간의 액수만 남겨놓고는 전부 개개인에게 나눠졌다는 것이다.

부녀회를 비롯해 마을 살림이 크게 나아질 수 없는 건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있는데다가 주민 수는 계속 줄고 농가 소득은 불안정해 주민들이 뭔가를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이 크거나 농경지가 많거나 젊은이들이 많거나 특별한 소득원이 있거나 아니면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마을에 투자가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등 이런 좋은 여건들을 대안리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을 곳곳에서 대안리만이 간직하고 있는 여러 가지 자랑거리들을 찾아볼 수가 있었다.

# 마을 곳곳에 자랑거리
열악한 환경을 안고 살아가는 대안리 주민들의 삶은 숨이 차다.

그래도 자랑삼아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것들이 아직은 마을에 많이 남아 있어 숨을 돌리며 쉬었다가는 그늘처럼 주민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듯 했다.

정부의 뚜렷한 대책 마련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농촌실정에 답답함을 느끼고 늘 똑같은 현실이 좋을 리 없지만 얘기해봐야 속만 아파 몇 마디 하고 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언덕 위에 있는 수령이 몇 백년 된 느티나무, 마을 앞 큰 소류지, 아직도 물이 솟아나는 맑은 샘 기타 등등 마을의 자랑거리가 하나둘 등장하니 이것저것 해줄 얘기가 많아 주민들의 입이 바쁘다.

마을 앞 언덕 위에는 보는 이들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수세가 우람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모 방송국에서 찾아와 사진까지 찍어갔다고 하는데 가히 그럴 만 했다.

굵직한 가지 하나가 썩어 부러지기 전에는 지금보다 더 장관을 이루었으며 이 느티나무 아래가 마을에서 제일 시원해 주민들이 즐겨 모이곤 했다고 한다.

나무 주변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나무가 야산 자락에 있다보니 잡초 제거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터를 닦고 정자나 의자 등을 설치해 쉼터로 가꾼다면 참 좋겠는데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며 정영근 이장도 안타까워했다.

이곳은 잘 활용하면 주민들에게 유용한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마을 안에는 경로당 외에 딱히 주민들이 모여서 쉴만한 곳이 없는 듯 보였다.

청주로 향하는 국도변에 위치한 마을 앞 소류지. 크기가 제법 크고 잉어, 메기, 뱀장어 등 민물고기도 많아 어떤 날은 소류지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마을 진입로 쪽에서 내려다보면 뱀장어가 떼로 몰려다니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수가 유입돼 소류지 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관을 설치할 계획에 있다.
대안리에는 그 옛날 연자방아를 돌릴 때 사용했던 돌이 그대로 남아 있다.

두 개 중 하나는 땅 속에 묻혀 있는 상태고 다른 하나는 길옆에 있어 포장으로 덮어놓았다. 워낙 무게가 많이 나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기념이 될 만한 것이라 나중에 글귀를 새겨 넣어 경로당 옆에 세워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정영근 이장의 모친인 김동예(84) 할머니는 17살 때 시집와 그 당시 연자방아를 돌려 곡식을 찧었다고 했다. 그 돌이 보기 드문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숙원사업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우물을 보게 된다.

물도 좋고 수량도 많아 옛날에는 전 주민이 사용했으며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우물가를 새롭게 단장해 오래도록 보기 좋게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안에 백 자갈을 깔고 뚜껑도 덮고, 금이 가거나 흉한 부분을 보수해 예쁘게 꾸며놓으면 이용하는 주민들도 좋을 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도 사용하면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숙원 사업으로 꼽을 정도로 바라고 기대하는 부분이지만 마을 자체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비용 면에서 다소 어려움이 따르므로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대안리(大安里)는 말 그대로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마을이 아늑하고 보기 좋아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빈촌이라 뭐 내세울 것도 없다지만 마을은 오랜 친구 같은 느낌으로 사람들을 반겨준다.

그 안에 한번쯤 머물다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곳이 새롭게 변한 우물가였으면 좋겠는데 다른 누군가는 민물고기가 모여 있는 소류지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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