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한 농민 한숨 날려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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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인한 농민 한숨 날려버리겠다”
  • 송진선
  • 승인 2006.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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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외속 봉비 인삼밭 복구에 군 장병 구슬땀 흘려
군 장병이 망치로 지주를 박고 다시 지주가 움직이지 않도록 공간에 흙을 채우거나 돌을 채우는 등 고정을 시키고 있다. 태풍 에위니아로 보은군의 재산피해가 총 7억여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공무원과 경찰, 군인, 농협직원 등이 연일 피해현장에 나가서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군 공무원들도 과거 실과의 50%정도만 일손돕기를 펼쳤던 것과는 달리 이향래 군수 취임 후 전체 직원이 나서서 복구를 도와 복구기간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같은 복구 일손돕기로 태풍 피해로 농민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흔적은 점차 아물어 거의 복구를 완료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난 22일 토요일 주5일 근무로 인해 공무원이나 직장인 대부분이 휴무인데 쉬지도 못하고 복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작업단이 발견됐다.

그들의 복구손길을 따라가본다.

#무더위 아랑곳
장마가 한차례 거친 뒤여서 기온이 28도를 육박하고 습도 또한 높아서 불쾌지수가 매우 높은 날이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등줄기에서는 땀이 연신 흘러 겉옷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런 날엔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서 한 낮 햇빛만 피해도 무더위는 약간이라도 가실 수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인삼밭 피해가 심한 외속리면 봉비리 인삼밭 피해현장에서는 군인들이 쉬지도 않고 복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음지식물인 인삼은 햇볕을 보면 안되기 때문에 넘어진 지주를 바로 세우고 햇빛 가리개인 차광막을 제대로 설치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급했다.

농가가 감당하기에는 피해물량이 너무 커 사실 농가에만 복구를 감당하게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하다가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복구인력이 거의 인삼밭에 배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가 찾았던 인삼밭에서는 3대대 중대장과 외속리면 예비군 면대장, 구연견 외속리면장과 군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3개조로 나눠 1조가 무너진 지주를 세울 구덩이를 파고 지나가면 그 다음은 지주를 그곳에 넘어지지 않게 박고 차광막을 바르게 펴는 일을 했다. 그런 다음 마지막 조에서는 차광막에 노끈을 끼워 지주에 연결해 차광막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일이 진행됐다.

한창 무더운 시간 인삼밭 고랑이 좁고 또 작업이 바로 서서 하는 일이 아니고 거의 숙여서 하는 일이 많았고 차광막을 노끈으로 고정시키는 일은 고개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햇볕을 그대로 받은 채 작업을 하는 일이어서 보통 고된 일이 아닌 듯 싶었다.

# 휴일날 내일도 아닌데
그들이 하는 일은 내 것도 아니었다. 품을 파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근무시간에 일손돕기로 나온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 다 휴무인날 한쪽에서는 단합대회 한다고 다리 밑에서 천렵을 하는 등 무더위를 피하는 시간이었다.

인삼밭 복구작업에 나선 구연견 면장이나 3대대 중대장, 외속리면대장과 군장병들의 옷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됐다. 체구까지 갖춘 구연견 면장은 흐르는 땀을 닦느라 목에 두른 수건은 땀이 짜질 정도였다.

20대 초반의 어린 장병들도 비록 군인이지만 일손돕기를 나오지 않으면 훈련이라도 군부대에서 할 참이겠지만 연일 피해복구에 동원돼 피곤에 지쳐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피해복구 현장에 나오지 않아도 부대에서 훈련을 했을텐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농민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해주는 일이 더욱 보람된 것 같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바람 한점 불지 않는 불쾌지수 엄청나게 높았던 이날 그들에게 위안을 준 것은 아마도 밭둑에 놓여있었던 보냉(保冷) 주전자에서 물 한잔을 따라서 마시는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을 쫓아다니며 취재를 하는 기자는 그 시원한 물도 싫었다. 서서 걷지도 못하고 완전 구부려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는 인삼밭에서 빨리 나와 시원한 나무 아래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가 가득한 인삼밭에서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을 뒤로 하고 기자는 인사도 재대로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빠져 나왔다. 미안한 마음이 굴뚝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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