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내용 알고나면 불가능한 협상”
상태바
“한미FTA,내용 알고나면 불가능한 협상”
  • 보은신문
  • 승인 2006.07.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정태인씨의 강의는 그가 강연 말미에 했던 두 마디로 간단히 정리된다.  “한미FTA는 그 내용을 알고 나면 전혀 불가능한 협상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협상을 어떻게 저지해야 할지 고민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건강과 환경 등 우리 삶을 지키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면 협상은 깨집니다.”

핵심은 분명하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이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우리 각자가 내 삶과 직결된 것만 알고 지켜도 미국과의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부에 우리 삶의 최소한의 조건을 지킬 것을 정부의 협상대표단에 당당히 요구할 때 한미FTA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 미국과의 FTA, 낭떠러지가 기다린다
=정부는 제조업 상품의 수출을 위해서 한미FTA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다. 이 협상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에게 ‘이대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정부의 이런 선전이 어느 정도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일부 지엽적인 사실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말하면서 정작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한미FTA와 관련해서 정부의 주장처럼 여기서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곳은 바로 우리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낭떠러지라는 사실을.


■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 전 문화방송 100분 토론회에 출연해 이 문제로 통상교섭본부대표라는 사람과 토론을 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관료는 우리의 재조업 수준이 미국에 경쟁력을 가진다고 주장했지만 큰 착각이다.

자동차 중 소형차 부문, 반도체 중 D램, 조선 중 일반 벌크 선박부문, 철강에서 일반철강 부분이 경쟁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분야들조차 정말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영역, 예를 들면 특수선박, 특수강,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언급하기가 힘든 수준이다.

핸드폰 정도가 제대로 된 경쟁력으로 평가되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물건 중 몇 개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제조업 전 분야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신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미국이 80년대 이후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 3가지 분야에서 총력을 기울여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신이슈(New issue)’ 분야라고 하는데 여기서 우리와 미국이 갖는 경쟁력의 격차는 재조업의 그것과는 비교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신이슈 분야는 관세의 영역과는 무관하다. 이 세 분야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관세를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변화시켜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진 나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국적기업으로 투자능력을 보유한 나라, 역시 세계최고 수준의 서비스업을 보유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은 결국, 우리의 삶에 환경을 미국이 보유한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 분야가 적용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분야에서 관세를 없애 한국 시장에 미국의 물건을 더 수출하는 것이 미국의 관심사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미 어느 나라보다 자국의 제조업과 관련해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진짜 관심은 세계적으로 아직 눈에 띄는 교역이 없는 위 3가지 분야에서 우리와의 FTA를 통해 국제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회는 공식적으로 “한미FTA는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꿀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원하는 변화는 우리의 건강, 삶의 질, 그리고 나아가 사법권, 외교환경, 국가 주권, 사회 양극화 등 어느 하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런 미국과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의 길로 나가는 것, 그것은 미친 짓이다. 죽으러 가는 길이다.

■ 협정체결의 미래상, 반면교사 나프타를 보라
=당연히 나를 포함한 절대다수의 국민은 미국과의 협상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를 모른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은 우리와 나프타(NAFTA.북미자유협정)보다 훨씬 강력한 협상을 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자국의 이익을 상대국에 양보한 경우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멕시코와 캐나다에 닥친 변화보다 더 큰 변화, 더 큰 부작용이 닥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미FTA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현재로선 나프타 말고는 없다.

제공: 옥천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