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기록 무녀져 밤낮 대기하던 산림부서 직원들 허탈
지난 3일 보은기상관측소(소장 김응식)에 따르면 최고기온 28.3도, 최저 습도 14% 밖에 안됐다.습도가 낮은 탓인지 체감온도는 30도를 훨씬 웃돌 정도로 무더웠던 이날 보은군의 역사를 깨는 기록의 날이 됐다.
그동안 산불없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관련 공무원들이 공휴일도 반납하고 정규 퇴근 시간도 반납하며 지켜온 산불없는 지역 만들기가 허사가 된 것이다.
마로면 원정리 탑산에서 외지 성묘객의 실화로 약 0.2㏊의 산림이 소실된 것이다. 2003년부터 이날 바로 전 날인 5월2일까지 산불로 기록할 만한 불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성묘객의 실화로 산불이 발생해 송석복 담당 주사를 비롯한 산림직 공무원들이 비가 내린 4일까지 단 이틀을 참지 못하고 산불이 난 것에 허탈해 했다.
봄철에는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석 달 이상, 겨울철에는 11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두 달 이상 1년 12달 중 5개월 이상을 하루도 편히 발을 뻗고 잠을 자지 못하는 생활이었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일요일이라고 집에서 쉬고 여가활동을 하는 날에도 군 산림부서 직원들은 10시까지 일요일도 출근해서 대기하면서 산불없는 지역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그렇다고 군민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상급자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이 그저 묵묵히 임업직을 선택해 겪는 고생을 즐거움으로 알고 지냈던 시간들이었다.
강원도 양양 및 고성 등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주택이 불에 타고 문화재를 잃는 등 엄청난 재산을 잃은 것을 봐 왔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산불이 없었던 지역, 더욱이 보은군은 올해만 잘 넘기면 2년 연속 산불없는 지역으로 전국에서도 몇 안되는 기록이어서 산림청에 기관 표창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왔는데 어이없게 지역주민도 아니고 외지인의 실수로 산불이 발생, 집에도 못가고 밤이 늦도록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일요일 여행을 가자고 조르는 가족들의 성화를 이해시키고 공무원으로서의 의무감을 성실히 이행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고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린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번 산불로 2년 연속이라는 기록은 깨졌지만 그래도 보은군이 그동안 산불이 없는 지역일 수 있었던 것은 산불 진화대원들이 산림 연접지역인 약 300㏊에 대해 논두렁과 밭두렁을 직접 태운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그동안 수년간 진화대원들이 직접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이 무섭고 또 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립돼 있다.
반면 아직 도시민들은 산불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은데 이는 최근 군내에서 발생한 각종 산불 및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었던 불씨 모두 도시인들이 만들었던 것으로 잘 알 수 있다.
송석복 담당 주사는 입산 금지기간인 5월15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단으로 입산해 약초나 산나물 채취하는 사람, 무속 행위자들을 강력 단속해 더 이상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별 관리 책임자를 지정해 단속하고 채취지역의 입산 통로에는 새벽 입산자 등 단속을 강화해 사전에 입산을 차단, 입산 통제구역에 무단 입산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엄격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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