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의 때 묻지않은 원시로의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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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의 때 묻지않은 원시로의 여행지
  • 송진선
  • 승인 2004.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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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면 분저리 - 녹색농촌 체험마을
월22일 대청호 우수마을로 선정돼 장승제를 올리던 날 꼬불꼬불 산길을 달려 겨우 찾아낸 회남면 분저리.

조곡리 입구 지방도에 설치된 분저리 이정표에 8㎞라는 것만 보고 10분내외에 닿을 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달렸다. 그러나 포장도로도 힘에 부치는지 가다가 중도에 하차해 버렸고 혹시 마을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곳은 문명으로 대표되는 시멘트 포장 하나 되지 않은 산골이었다.

그 옛날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덜컹거리며 뽀얀 먼지를 일으키던 신작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8㎞가 20㎞로 느껴질 정도로 멀었고 덜컹 거리는 시골길을 따라 세월아 내월아 하고 달려 겨우 마을 언저리에 닿았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회남면 분저리는 고려말엽 최영장군이 군량을 모아서 가루를 만들어 군사들에게 나눠 주던 것이라 하여 분저실 또는 분저곡이라 불렸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

1980년 대청댐 담수로 일부가 수몰됐고 서탄리와 송포리의 남은 지역을 흡수해 분저리라 했으며 대청호 담수에도 불구하고 분저들, 빈정들, 이만평등으로 불리는 회남면 최대 농경지를 갖고 있는 곳이다.

대청호 담수 전 거교리 소재지까지 2㎞남짓에 불과했지만 댐 조성으로 8㎞로 멀어진 이곳 분저리에는 지금 이우열(62) 이장과 이해원(70) 노인회장, 송정숙(62) 부녀회장, 이병근(45) 지도자를 비롯해 총 27가구 67명의 주민들이 순박한 농촌 인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

올해로 17년째 이장을 보고 있는 이우열 이장은 마을의 이같은 풍경을 그대로 살려 지방도에서 마을까지 8㎞ 구간 중 비포장은 3.7㎞되는데 마을 앞까지 포장이 완공되려면 2006년에나 가야 가능하다고 말해 주민들의 불편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뽀얀 먼지 일으키는
추억의 신작로
분저리의 첫 느낌은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요즘같이 물질문명이 발달한 세상에 차가 달리면 뽀얀 먼지를 일으키는 구불구불한 신작로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물질문명의 대명사인 차량들은 혹시 바닥의 돌이 튀어 차량에 흠집이라도 낼까봐 아주 조심조심하며 느릿느릿하게 겨우 신작로를 빠져나간다.

인적도 없고 마을 하나 없어 혹시 하며 두려운 마음이 들량 싶으면 저쪽에서 먼지를 달고 낯선 차량이 온다. 그마저도 반갑다. 차량 번호가 보은군이 아닌 대부분 대전 또는 청주 등지 인 것을 보면 외지인들에게 분저리는 이미 정서적 안정도 취하면서 신체적 기를 충전할 수 있는 곳임을 알음알음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푸른 숲, 맑은 새소리, 시원한 바람 어디서도 인공의 때를 찾아볼 수 없는 분저리는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치열한 경쟁만이있는 요즘 세상에, 특히 도시인들에게는 꿈의 휴식처인 셈이다.

바깥 세계로 나가기 위해 주민들이 선택하는 수단은 하루 3차례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아침 7시, 오후 1시와 5시가 고작이다. 주민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생활하면서 큰 불편을 겪을만 한대도 주민들은 크게 불편해 하지 않으면서 하루 3번밖에 운행되지 않는 시내버스를 요령껏 이용해 바깥 문명과 접촉한다. 그리고 승용차 1대와 4대나 있는 트럭도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다.

녹색농촌 체험 마을 운영
덜컹거리는 시골길의 추억을 새삼 떠올리게 한 분저리는 도시민들에게 더없는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2002년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됐다. 도시민들은 농촌을 체험하고 농촌 사람들은 도시민들에게 농산물도 판매하고 농업, 농촌문화 등을 체험하게 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그야말로 상생을 위한 것이다.

분저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시민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생활관도 지난 1월 완공했고 각종 농사 체험 프로그램도 나름대로 만들었다.

또한 마을의 앞산인 매봉산을 한바퀴 돌 수 있는 등산 코스도 주민들 스스로 만들었다. 매봉산 능선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에서는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금강줄기며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사탄리도 바라볼 수 있고 떨어질 듯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넘실대는 대청호의 물냄새도 맡을 수 있다.

또 아직까지 포장하나 되지 않아 주민블에게 불편함을 줬던 마을진입로는 스릴만점의 왕복 12㎞ MTB코스로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분저리 MTB 코스를 탐사한 MTB협회는 코스가 환상적이라며 기회가 닿으면 계속 오고 싶다고 말을 했을 정도.

농사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6000평에 식재한 감자는 6월에 체험이 가능하고 6월말부터 7월까지는 2400평에 심은 옥수수 따기를 할 수 있다. 복숭아는 7월 하순이면 체험을 할 수 있고 10월에는 배 수확도 할 수 있다. 특히 오리농법과 우렁이 농법으로 쌀을 생산하고 있는 분저리에서 오리방사 체험도 할 수 있고 논에서 각종 병해충을 잡아먹고 잡초를 먹고 있는 우렁이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분저리는 도시민들을 맞을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저리가 녹색농촌 체험마을이라는 소문이 나지 않아 주민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홈페이지가 개설되면 홍보에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마을 홈페이지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홍보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어 자칫 주민들이 녹색농촌체험 마을 선정으로 도시민들이 농촌 부흥에 동참, 쇠퇴하기만 한 농촌 마을에 생기가 돌기를 바랬던 기대와 꿈이 피기도 전에 사그라드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수리부엉이·박쥐 살고 나무 건축학교도 있어
분저리가 잘 포장된 지방도에서 8㎞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 자연이 파괴되지 않은 원시림을 가꾸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매봉산에 수리부엉이가 살고 오소리, 고라니가 서식하고 난도 자생있다고 한다. 새벽녘에 매봉산을 등산하는 주민들은 노루 울음소리를 듣고 저녁에는 수리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연은 파괴되지 않았다.

특히 일제시대때 비상을 만들었다는 굴에서는 박쥐가 살고 있고 유황성분이 많아 굴안의 물로 무좀 걸린 발을 씻으면 깨끗이 낫는다는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굴 근처에 갔는데 황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근처에서도 찬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했다.

새마을지도자 이병근씨와 유재홍(46)씨는 이 곳을 개발해놓으면 또다른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행정기관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한 구 분저분교를 나무건축학교로 개교해 통나무집 짓는 기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외지인들에게 또다른 볼거리가 되는 셈이다.

봄에는 취나물, 고사리, 다래순 등 각종 산나물을 채취하고 가을에는 송이버섯도 채취하는 등 외부와의 단절로 불편은 겪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주민들은 순박하기 그지없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고사리 등 산나물을 채취하려는 청주와 대전 사람들이 들어와 쓰레기를 버리고 산을 짓이겨 놓아 속상하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십분 활용해 산나물 채취 체험 행사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손님맞이를 끝낸 주민들에게서는 머릿속에 꽉차있는 체험 마을 운영계획이 실타래처럼 풀어져 나온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홍보면에서도 매우 미흡해 행정기관이 홍보를 거들어 주면 분저리도 요즘 잘나가는 다른 그린투어리즘 지역에 버금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이럇 이럇' 소를 모는 소리는 아름답고 정겨운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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