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하우스 보면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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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하우스 보면 눈물만…”
  • 송진선
  • 승인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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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주저 앉은 농심
“쳐다보면 눈물만 나요. 배운 것이라고는 농사밖에 없어서 떠나지 못하고 농촌을 지켰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어요.”

그야말로 폐허를 방불케하는 3월 폭설이 그친 들녘에서 만난 농민들마다 한숨이 터져나왔다. 하루 이틀새 내린 폭설은 눈치울 겨를도 없이 축사와 비닐하우스, 인삼밭 등 농업 시설물을 덮쳐 폭삭 주저앉았다. 농민들은 당초 기상관측을 충북의 경우 15㎝가량 올 것이라고 예보해 하우스를 열지 않았다며 만약 40㎝이상 올 것이라고만 예보했어도 작물이 들어 있지 않은 하우스는 물론 작물이 들어있는 하우스는 개폐기를 이용해 하우스 지붕을 열어놓았을 것이라고 빗나간 기상관측을 원망했다.

특히 이번 피해를 입은 시설 하우스의 경우 2001년의 폭설 피해에다 98년 수해를 입었던 것들로 그동안 2, 3번 복구를 한 상태에서 다시 피해를 입어 농민들은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농가들은 수해를 입었을 당시 차라리 폐업하고 하우스 농사를 포기했다면 이번 이런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한다며 이번 시설 복구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야 하니까 차라리 막노동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피해가 큰 산외면은 18가구 128동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중 3농가는 작물이 입식돼 있어 피해가 더욱 컸다. 4월 초면 출하할 방울토마토가 입식된 하우스 피해를 입은 오윤균(산외 길탕)씨는 98년 수해에 각종 시설을 다시 하느라 융자받고 또 지난해에는 기름까지 도난당해 방울토마토가 동해를 입어 시련을 겪었는데 이번에 다시 폭설 피해를 입어었으니 이젠 일어설 기운조차 없다며 참담한 심정임을 토로했다.

방울토마토를 팔아서 농협 빚도 갚고 생활비도 마련해야 하는데 돈줄이 막혀버렸으니 앞으로 갚아야 할 금융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고 연대보증 서준 농민들이 줄 도산이 우려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외속리면 서원리 황해동의 신선봉씨는 출하 1주일 가량을 앞둔 약 5만수가 들어있는 양계장 2동 600평이 주저앉아버렸다. 이 때문에 기르고 있던 약 5만수 중 4만수를 폐기했는데 최근 조류독감으로 닭 공급이 달려 닭 값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이같은 피해가 발생해 신씨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수한면 교암리에서 시설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박귀열씨의 참담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1000평의 연동하우스가 주저앉아 4월말 출하할 400주의 복숭아 가지가 찢어지고 보온 커튼 등을 닫지 못해 동해를 입었다. 올해 상환해야할 자금만 5000만원. 우선 있는 것이라도 건지기 위해 박씨는 종전보다 더 기름을 때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배 집단 재배지역인 마로면은 특히 배과수원의 피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까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덕시설과 망을 설치한 것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가져온 것이다. 배 과수원을 둘러싸고 망을 설치했는데 가는 망 위에도 눈이 쌓이면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망이 배나무를 덮쳐 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박병수 수출배 협의회장은 군내 전체에서 40% 이상 피해를 입은 것 같다며 배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다시 심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올해 수출물량 확보도 어렵고 각종 농자재도 사용하지 못해 피해는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말했다.
3월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영농의욕이 완전히 꺾인 패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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