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농가 주수입원 위태
상태바
고추 농가 주수입원 위태
  • 송진선
  • 승인 2003.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산에 밀려 면적 큰 폭 감소 2002년 728ha에서 올해 544ha로 184ha 줄어
벼농사 다음으로 제2의 농가 주요 소득원이었던 고추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생산량이 줄어도 값은 오르지 않고 하락하기 일쑤다. 값싼 가격에 수입되거나 밀수로 들여오는 중국산 고추로 인해 우리의 고추가 설자리를 잃고 식탁에서 밀려나 고추 주산지는 대체 작목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 충북도내에서 괴산군과 음성군 다음으로 고추재배면적이 넓은 보은군의 고추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보은군의 현황을 알아본다.

어느 농작물이든 그해 시세에 따라 이듬해 재배면적에 영향을 받는다. 가장 심한 것이 아마도 고추일 것이다. 고추는 재배를 하지 않는 농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다. 실제로 군청 농림과에서 2001년 자체적으로 작목의 순소득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쌀은 492억6000만원, 고추가 그 다음 순으로 87억7200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며 그 다음 한우가 78억원, 젖소 57억8800만원, 사과 52억7000만원 등이었다.

전업화된 한우나 젖소, 사과에 비하면 고추는 실질 평당 소득액은 적지만 고추는 쌀과 마찬가지로 농가마다 농사를 짓는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중국산에 밀려 인건비조차도 뽑지 못하거나 노동강도가 약한 콩보다도 소득이 떨어지자 고추를 포기하는 대신 콩이나 참깨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었다.


고추 재배 현황
보은군 통계연보에 의하면 2001년 보은군 고추 재배면적은 598㏊였다. 생산량은 1555톤, 10a당 260㎏를 수확했다. 당시 600g당 최고 5000원에서 6000원까지 육박하는 등 시세가 좋자 2002년 고추 재배면적은 728.8㏊로 증가했다. 보은읍 93.6㏊, 내속리면 31.2㏊, 외속리면 23.2㏊, 마로면 59.7㏊, 탄부면 44.3㏊, 삼승면 21㏊, 수한면 78㏊, 회남면 48.7㏊, 회북면 66.6㏊, 내북면 94.4㏊, 산외면 167.1㏊였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등 날씨가 좋지않아 고추 무름병과 탄저병, 마름병이 확산, 10a당 건고추로 1㎏정도 수확에 그쳤을 정도로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 2001년과 비슷한 양을 보였다. 하지만 가격은 최상품이 3500원선, 보통 2200∼2500원선으로 오히려 2001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보은농협 산외지점에서는 시세보다 200∼500원 비싼 2700원에 수매를 했을 뿐이다.

이는 국내산 고추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량 소비처에서 값싼 중국산을 많이 수입하고 밀수 등으로 중국산 고추가 시중에 많이 풀려 고추 가격 하락 폭을 부추긴 것이다. 이에따라 올해는 고추 재배면적이 544.2㏊로 지난해에 비해 183.6㏊가 줄었다. 특히 고추 고지라고 할 수 있는 산외면이 104.1㏊로 지난해에 비해 63㏊가 줄었고 보은읍 33㏊, 회북면 20㏊, 내북면도 지난해에 비해 11.4㏊가 감소했다.

대신 고추를 재배하던 농가가 노동력이 덜 소요되고 지난해 고추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참깨나 콩, 담배 등으로 작목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속리산 청결 고추작목회 정충기 회장은 600g 당 최소 3000원을 받아도 인건비를 뽑기 어려운데 지난해에는 600g 당 가격이 3000원에도 못미쳤으니 고추 생산 농가들이 큰 적자를 보았다는 것.

정회장은 건고추가 소비자들에게 가기 까지의 과정은 정기적으로 농약을 해야 하고 수확한 후 농약을 씻기 위한 세척, 그 다음 건조한 후 품질별로 가리는 등 여러 번 손이 가야 하는데도 가격은 중국산 때문에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히려 콩이나 팥 등은 파종하고 한 두 번 농약을 한 후 수확하면 그만일 정도로 노동력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데도 지난해 고추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자 올해 많은 농가에서 작목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했다.


중국산 고추 무차별 공략
속리산 황토 고추 작목회원들은 중국산으로 인해 농민들은 갈수록 힘들어 이대로 가다가는 고추 재배농가들이 3∼4년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입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중국산 고추의 밀수가 범람하고 있으며 수입업자들이 고율관세의 건고추 수입을 피해 관세가 낮은 양념류로 속여 들여오고 검역이 안되는 보따리 무역으로 고추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고추 재배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결국 고추 생산기반의 붕괴는 다른 작물의 과잉으로 이어져 농촌 경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고추산업의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군내에서도 고춧가루에 중국산이 많이 섞여 국산으로 둔갑되고 있다며 내용물에는 국산으로 표기하면서 국산 10%에 중국산 90% 정도를 섞어 국내산으로 식당 등 대량 소비처에 납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목회원들은 보은에서도 중국산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지고 이를 단속하지 못하는 당국이 원망스럽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업자들이 양심을 속이기보다는 양심껏 상행위를 하고 당국에서도 철저한 원산지 표시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을 바랬다.


홍보 및 품질 향상으로 위기 극복
보은군의 고추 재배면적은 도내에서 음성군, 괴산군, 청원군 다음으로 많다. 군내 고추 생산 농가들은 고추 고을로 이름나 있는 괴산군이나 음성군과 품질면에서 차이가 없지만 있다면 화력 건조시 괴산이나 음성에서 고추 전용 건조기를 이용하는 반면 보은군은 대부분 담배 건조기에다 건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같은 품질의 고추라 하더라도 상자형으로 되어 있는 고추 전용 건조기에다 건조할 경우 고추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지만 담배 건조기에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건조하기 때문에 고추 무게에 눌려 모양이 살아있지 못하고 쭈글쭈글 해진다. 소비자들은 두 개를 동시에 진열해 놓았을 때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모양이 살아있고 색깔도 선명한 고추 전용 건조기에서 건조한 고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청주 체육관 앞에서 개최된 도내 농산물 품평회에서 보은군의 고추는 최고가 4000원에 거래되는데 바로 옆에 진열됐던 음성군과 괴산군 고추는 8000원에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품질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데 모양하나로 가격이 매겨지는 현실인 것을 보면 고추건조기 지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동안 보은군도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99년부터 고추 건조기를 지원하는 고추 명품화사업을 추진,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1999년부터 올해 본예산까지 5억5600만원을 투입해 세척기 120대, 건조장 103동, 건조기 18대를 지원했으며 올해 1회 추경에 고추 건조기 20대와 세척기 10대를 추가로 지원한다. 또 태양 건조를 위해 황토볼을 이용한 건조시설을 지원해 맛좋은 태양고추를 생산하고 있으며 ‘고추먹고 맴맴’ 이라는 고추 브랜드를 개발하고 포장재를 제작해 농가에 지원하는가 하면 면단위별로 조직돼 있던 작목반을 2002년 군단위로 묶어 속리산 고추 작목회를 조직, 고추 품질향상과 면적 확대 등 보은군 고추 명품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고추 작목회에서는 농약은 고추 수확 1주일 전에 하고 고추를 수확후 반드시 깨끗이 세척해 건조할 것을 자체적으로 교육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속리산 황토 청결 고추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음성이나 괴산지역에 비해 홍보면에서도 뒤져 올해 보은군은 청주 지역 시내버스 외벽에 광고를 게재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고추 가루 생산 등 대응전략 모색
홍고추나 건고추를 파는데 주력하고 있는 현재의 판매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절실하다. 농산물의 소비자들이 도시에 몰려 있고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는 것을 추구하고 또 대부분 공간이 비좁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김치도 그동안 직접 담가 먹던 시대에서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를 구입해 김장을 담그거나 아예 제조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김치를 사먹을 정도다.

고추도 마찬가지다. 50, 60대 주부들은 아직도 홍고추를 사서 태양에 건조시키거나 아니면 태양건이나 화력 건조라도 말린 고추를 구입해 고추를 다듬어 가루로 만들어 먹지만 20, 30대 주부들은 다르다. 이들은 직접 고춧가루를 만들기보다는 만들어 놓은 고춧가루를 구입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가와 직거래시 고춧가루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건조 판매에서 고춧가루 판매체제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다. 중국산을 식별할 줄 모르는 소비자들은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돼도 국산으로 표기되면 국산인줄 알고 사먹기 때문에 고추 생산농가들이 직접 고춧가루를 생산해서 팔면 믿고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속리산 황토 고추 작목회 정충기 회장은 “고춧가루 판매는 농가소득도 높아지는 것으로 음성이나 괴산은 이미 작목회 이름으로 고춧가루가 판매되고 있다”며 “보은도 고춧가루로 판매하는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