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일 끝내고 들뜬 기분으로 나들이
지난 2일 아사달 한글 배움터 어머니 학생들이 봄 소풍을 다녀왔다. 논 삶으랴, 모내기를 하랴, 고추모 심으랴, 강아지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며 봄 소풍은 무슨 봄 소풍이냐고 손사래를 쳤던 어머니 학생들은 새벽 4시부터 부랴부랴 농사일을 끝내고 몸단장을 하고 나섰다.목적지는 경북 문경의 KBS 드라마 촬영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문경세재의 문화 유적지도 둘러보며 야외 학습에 열중했다. 노트와 연필을 지참해 쓸 것이 있으면 쓰고 또 다녀와서 감상문을 적어내라는 지도교사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 학생들은 유적지 안내문을 그대로 받아쓰는 등 배움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
매년 5월8일 어버이날 어머니 학생들에게 꽃 달아드리기 행사를 가졌던 아사달에서는 이번 소풍을 어버이날 행사까지 겸해 돌아오는 길에는 문경 유황온천에도 들러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개운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 학생들은 봄소풍을 잘 다녀오긴 했는데 이제 감상문 쓸 일에 눈앞이 캄캄하다며 걱정하지만 기행문을 쓰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
아사달 한글 배움터는 2000년 1월17일 15명의 어머니, 할머니 입학생을 받아 개교했다. 50대, 60대, 70대 연령의 학생들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또는 아들위주의 교육 등으로 초등학교는커녕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아온 우리 시대의 아픔의 한 단면을 지니고 있다.
어렵게 한글 학교의 문을 두드린 어머니 학생들은 가깝게는 보은읍에서부터 마로, 삼승, 멀리 옥천 안내에서도 오지만 지각, 결석을 거의 하지 않고 학교 오기 전 농사일을 다 해놓고 등교를 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그래서 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자신을 사회로부터 소외시켜온 이들이 한글을 깨우침으로써 당당하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한글 학교는 초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 매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월요일과 목요일은 야간과정으로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 있다. 박종원 삼승초교 교사, 정해자 신나는 글쓰기 교실 원장, 박현정 내속 보건지소, 박달한 아사달 대표가 무료로 읽기, 쓰기, 받아쓰기를 중점 지도하고 있다. 수업 후에는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책 읽어오기, 일기 쓰기 등의 숙제도 내 학습 효과도 배가시킨다.
현재 수강하고 있는 학생은 1학년 1학기와 2학기 과정, 2학년 1학기 과정에 10명이 있으며 지금까지 35명 정도가 한글 학교를 다녀갔다. 앞으로 아사달 한글 배움터 운영진은 현재 산수과정이 없으나 앞으로 산수과목을 추가하는 것과 함께 지역사회의 건전성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풍물 강습 등 사회교육도 전개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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