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은문화원이 주최하고 보은동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제19회 보은동학제 학술세미나가 지난 14일 보은문화원 시청각실에서 개최됐다. 학술세미나는 ‘보은동학 기념유적 및 사적지 지정을 위한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연구자들의 발표와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제1발표는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의 ‘충청북도의 동학농민혁명사-보은지역 중심으로’로, “보은지역은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전후(1994년)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은 장내리의 돌성터는 여러 사람들이 찾아가는 첫 번째 장소, 연구자들의 유적지 답사.언론의 연재기사 및 특집방송으로 부각됐다”며 “보은일대는 동학대도소가 설치된 지역인 동시에 북접농민군 대집결지로 여러 차례 진압군의 강력한 보복을 받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부와 전라도 일대와 달리 “보은일대의 스토리텔링은 거의 없다. 문학작품, 드라마나 영화제작, 웹 소설과 웹툰 소재로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현황과 보존방안’이라는 주제로 청주대학교 김양식 교수의 제2발표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동학농민혁명이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가치는 조화로운 삶을 서로 꾀하는 상생의 나라,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는 나라, 서로가 주인이 되는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이라며 “그런 나라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몫이자 의무이자 과제”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유적지에 대한 심층조사와 유적지를 보존하고 관리.활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3발표는 정을경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보은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및 기념물 현황’이 진행됐다. 정 연구원은 “보은지역의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는 보은 장내리 동학농민 집회터, 보은 김소촌가 동학농민군 집결지, 보은 북실 동학농민군 전투지 및 집단매장지 3곳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보은지역에 남아있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는 현재 대부분 방치돼 있거나 형태가 변형되거나 훼손된 경우가 많다”며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관련 유적지의 관리 방안은 국가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 연구원은 “장내리 동학농민 집회터는 학술적으로는 이미 유적의 성격이 어느 정도 규명되었으며 문화유산 지정 및 복원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 있는 유적”이라고 했다. 또 “보은 김소촌가 동학농민군 집결지 역시 국가유산 지정 및 복원을 통한 관리 등이 필요한 유적지”라고 제시했고 ‘보은 북실 동학농민군 전투지 및 집단매장지’에 대해선 “앞으로 학술적인 조사를 통한 보완 이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이병규 동학농민혁명재단연구조사부장과 박진수 보은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 참석해 보은의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종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역사를 전공하고 졸업논문으로 ‘동학농민 전쟁’을 썼다는 출향인 김병서 씨는 이날 세미나를 지켜본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1893년 3월의 보은취회는 교조신원이라는 종교적 요구를 넘어 동학교도들이 척왜양창의와 보국안민을 기치로 내세우며 전개한 정치적 성향을 표출한 집회로 1894년 갑오농민전쟁의 중요한 계기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이나 현재 장안리 현장은 그 흔적마저 찾기 힘들게 된 상태로 초라한 입간판과 무너져 내려 훼손되어 있는 돌성의 일부가 힘겹게 그 현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며 역사적 의미에 걸맞는 장소로 가꾸어 나가길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또 “보은군에 동학 관련 스토리텡링이 없는 게 아니다. 장안리 동학농민혁명 보은집회 대도소에 해월 최시형를 만나러 백범 김구가 다녀간 기록이 백범일지에 나와 있다.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