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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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밝은 보름달 
  • 최동철
  • 승인 2023.09.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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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낼 모레가 휘영청 밝은 달이 뜨는 추석명절이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이른 편이어서 추수는 물론 햇곡식 수확은 아직 시기상조다. 또한 올 해는 날씨마저 변덕스러웠던 탓에 과일 맛도 시원찮고, 물가도 천정부지여서 차례상에 올릴 송편 등 제수 음식 차리기가 큰 부담이다.

 그래도 반만년 간 이어져 온 우리나라 최대 명절 추석은 어른이건, 아이들이건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서로 멀리 떨어져 바삐 생활하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조상에 대해 얘기하며 회포를 푼다. 밝은 보름달이 대명사인 추석명절은 분명한 미풍양속이다.

 예부터 달은 인류에게 상상과 신화의 근원 역할을 해왔다. 어릴 적 달을 보며 어른들에게 들었던 하늘나라 선녀나 방아 찧는 토끼의 이야기는 그대로 꿈속에 나타나는 현실이었다. 호랑이에 쫓기던 오누이가 동아줄을 붙잡고 하늘로 올라가 해가 되고 달이 된 우리 전래동화도 있다. 누이가 밤길 무섭다하여 밤과 낮, 해와 달 역할을 바꾸었고 그래서 해님이 된 누이는 바라보면 부끄럽다 해서 눈을 부시게 한다는 결말의 이야기다. 요즘의 아이들은 영특하여 익히 알 터이지만 엄마, 아빠가 다시금 이 얘기를 직접 구연해 준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옛 자료를 보면 달과 친화적이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권 국가들 외에도 달은 동양의 고대 문명권이었던 수메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에서도 창조설화와 관련된 신성하거나 긍정적인 존재로 표현됐다.

 반면 서양의 유럽인들은 휘영청 밝은 달을 두려워했다. 그들에게 보름달은 해 끼치는 마녀의 마법이 완성되는 밤이고, 광기와 난폭함이 넘치는 늑대인간이 출현하는 밤이다. 영어의 ‘루나(lunar)’는 ‘달의~’라는 뜻의 형용사인데, 여기서 파생된 ‘루나틱(lunatic)’은 명사로 ‘미치광이’ ‘정신 이상자’이고, 형용사로는 ‘미친’ ‘터무니없는’ ‘정신 나간’같은 부정적 단어가 된다.

 서양의 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배경에는 바빌로니아 신화를 계승한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세상을 선한 신 아후라마즈다와 악한 신 아리만의 대립, 빛과 어둠의 대결로 이해했다. 즉, 어두운 밤에 뜨는 달은 악의 지배자인 것이다.

 조로아스터교가 불을 숭배하고 태양신 숭배까지 이어지면서 해와 달에 대한 상반된 인식은 더욱 확고해졌을 터이다.

 어쨌거나 우리 민족만큼은 ‘달 중심론’이라고 할 만큼 달과 관련된 오랜 전통의 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강강수월래는 마한 때부터 비롯된 달빛 놀이였다. 손에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고 돌며 ‘강강수월래’나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전래동요를 불렀다.

 최근엔 각국이 뒤쳐질세라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 하지만 보름달은 아직 상상의 세계다. 이번 한가윗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면 남몰래 숨겨둔 소원이나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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