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면 우진리, 올해도 정월대보름 ‘샘 고사’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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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면 우진리, 올해도 정월대보름 ‘샘 고사’ 올려
  • 나기홍 기자
  • 승인 2023.02.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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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면 우진리 솔안마을 주민들이 샘 고사에 참여한 가운데 유사인 김태석(54)씨가 소지를 올리고 있다.
삼승면 우진리 솔안마을 주민들이 샘 고사에 참여한 가운데 유사인 김태석(54)씨가 소지를 올리고 있다.

 삼승면 우진리(이장 김필제) 솔안마을이 정월대보름 전날인 지난 4일 300여 년을 이어오는 ‘샘고사’를 올렸다.
 정월대보름 전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문화행사가 펼쳐지지만 이 마을처럼 샘 고사를 지내는 곳은 눈에 띄지 않아 솔안마을에 긴 세월 이어져 오는 있는 샘 고사는 소중한 민속으로 그 가치가 높다.
‘샘 고사’는 마을 우물이 마르지 않고 전 주민과 가축이 식수와 생활용수를 충분히 쓸 수 있도록 흘러나오기를 용왕신에게 기원하는 제례의식으로 이와 더불어 주민의 건강과 평안, 가축의 무병과 다산, 풍년을 기원한다.
 샘 고사의 제주는 유사가 맡아 진행하는데 유사를 맡은 사람은 고사를 올리기 1개월 전부터 상가집 등의 출입을 금한다.
 유사는 ‘샘고사’를 정월대보름 전날인 정월 14일 술시(오후7~8시)에 올리는데, 아침 일찍 황토를 떠서 우물 외곽에 군데군데 뿌려놓고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쳐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
 제단에는 포, 대추, 밤, 곶감, 백설기를 차리고 술을 마련해 제를 올리며, 이때 제주(유사)는 문종이를 말아 마을의 연장자순으로 소지를 올리며 그 집안의 건강, 평안, 풍년을 기원하고 이때 소지가 높이 올라가면 그 집안의 일 년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공동우물이 있었으나 자가 수도가 설치되고 이후 마을상수도가 공급되면서 공동우물은 하나둘 자취를 감춰 이제는 재래식 마을 공동우물을 찾아 보기 힘들다. 
 이 마을 김근상(88) 어르신은 “내가 어릴 때도 어른들이 샘고사를 지냈는데 아직도 지내고 있다.”며 “유서깊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해 보존하고 있는 자네들이 고맙다”고 감동을 표했다.
 이의 증언에 의하면 원래 공동우물은 우진리 240번지에 있었는데 100여년 전 스님이 우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있은 후 현재의 위치에 우물을 새로 팠다는 말을 어른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솔안마을 샘계의 계원은 10명으로 이 마을 주민 전원이 계원이며 일년에 한 번씩 양수기로 우물을 퍼내고 안에 들어가 청소를 하는 등 우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우물 보존에도 힘쓰고 있다.
 김필제(60) 이장은 “내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샘 고사를 지낸 것이 300년을 넘었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는 적어도 330년은 넘은 것 같다”며 “현재의 계장부가 정해년(1947년)부터 기록된 것으로 볼 때 올해로 76년이 된 것인데 지금도 회의록으로 이 장부를 쓰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이 장부에는 옛날에 쌀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내역, 누가 언제 이 마을에 들어 왔는지, 나갔는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근대 우리 마을의 사료로도 큰 의미가 있고 공동우물은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시 소중한 생명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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