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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 살리기
[1418호] 2019년 03월 14일 (목) 홍근옥 (회인해바라기작은도서관) webmaster@boeuni.com

내가 살고 있는 마을, 늪실(눌곡리)에 대한 자랑은 지난번에 맘껏 했으니 이번에는 회인 자랑을 해 볼까. 고향자랑도 팔불출이라지만 회인은 내 고향이 아니니 흉보는 이야 없을 것 아닌가. 회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시대를 달리하는 역사유적들이 가까운 거리에 비교적 잘 보존된 형태로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아를 중심으로 보자면 불과 몇 백 미터의 거리를 두고 산성, 내아, 사직단, 향교 등등의 오래된 유적과 양조장, 한약방, 자장면 집, 비디오가게 등등 나이 드신 분들의 기억 속에나 있을 법한 근 현대사의 유적들이 마치 일부러 모아 놓은 것처럼 돌담을 사이로 오밀조밀 모여 있다.  터는 좁고 과거는 화려하되 현재는 개발되지 않아야 하는 삼박자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서 생긴 현상일 것이다. 요즘처럼 스토리텔링과 감성소비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 거기에 대부분의 도시와 마을들이 옛 모습을 잃어버린 점을 감안하면 회인의 이런 모습은 그야말로 대박, 잘 보존하고 포장만 하면 두고두고 자랑거리에 돈 까지 벌어주는 노다지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큰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시인 오장환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사실 큰 인물들이 정작 고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학사적 위치나 남북 화해 무드, 탄생 100주년 등등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오장환은 회인의 자랑거리이자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몇 년 전에 여행 차 찾은 강원도 봉평의 기억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봉평은 가산 이효석의 고향이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좁은 시골읍내에 메밀꽃과 가산의 이름을 딴 막국수 집이 30여개가 넘고 하다못해 구멍가게에 자전거포까지 그의 이름을 내 걸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그 많은 막국수 집이 모두 장사가 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죽은 이효석이 살아있는 봉평 사람들을 잘도 먹여 살리고 있구나, 다시 말하자면 이곳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진 문화 콘텐츠를 잘 활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역사유적과 오장환, 이 멋진 콘텐츠를 잘 활용할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비전문가의 어설픈 생각을 슬쩍 흘려 볼까한다. 단지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으로 말이다. 오장환의 생가야 이미 복원되어 있으니 거기에 더해 회인을 그의 시와 삶을 소재로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서 해바라기, 목욕간, 성묘하러 가는 길, 고향 앞에서, 성벽 등의 시를 바탕으로 꽃을 심고 옛날식 목욕탕을 만들고 주막을 재현한다. 골목과 성벽과 오래된 집과 냇가 등등에는 그의 시비를 세우고 시 제목을 딴 거리와 장소로 명명한다. 오래된 책과 오래된 음악이 흐르는 찻집을 열고 홀로그램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그것이 어렵다면 청동조각으로라도) 오장환을 살려내어 고정 손님으로 앉힌다.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서 시를 쓰는 모습이면 좋겠다. 그가 운영하던 서점 남만서방(南蠻書房)에서 이름 따서 남만가배(南蠻加背)라 이름 짓고 시집을 위주로 책도 팔고 시인학교를 운영하면 어떨까? 죽은 시인만이  아니라 시골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쉬운 시로 풀어내게 하여 회인을 그야말로 시인의 고장으로 살아나게 하자는 것이다. 덧붙여 오장환 문학제도 이렇게 재구성된 회인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진짜 문학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머지 역사 유적들도 조금씩 스토리를 정리하고 오래된 교통수단(우마차 셔틀)과 오래된 먹거리(주막의 장터국밥이나 장터국수),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역사 강사로 나서서 회인의 과거를 구수한 이야기로 펼친다면...... 아마 전국 어디에도 없는 체험 관광의 고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외지에서 들어온 지 10년도 안된 아줌마의 어설픈 생각은 이거다. 오장환이 살아야 회인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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