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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안하다
[1399호] 2018년 10월 25일 (목) 南江 오 계 자 webmaster@boeuni.com

 취생몽사(醉生夢死)라, 취한 듯이 살고 꿈꾸듯 죽는다고 했던가. 난 이제 겨우 꿈을 찾았고 꿈에 취했다. 
  정해 년에 태어나서 다시 돌아 온 정해 년을 보내고도 강산이 한 번 변한 세월을 먹었는데 호반의 벤치를 그리는 설렘이 피어오른다. 오히려 대상 없는 그리움이나 설렘이 가슴을 윤기 있게 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까지는 먹고 살기 위한 삶의 뜀뛰기였지만 이제야 세상에 어섯눈을 뜨기 시작했고 동구 밖 들길에 여명이 보인다. 이력서에 적는 숫자는 일을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라 ‘옳거니 이제는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가라는 게로구나’ 생각했다.
  누가 인생을 육십부터라 했는지, 그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을 만큼 정답이다. 세월이 아무리 모질게 앗아가려 하고 아무리 회유를 해도 내게서 앗아가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꿈이다. 삶의 그림자 중에서 아직도 갚지 못하고 있는 은혜는 죽기 전에 꼭 갚고, 부끄러운 시간들은 뭉텅이로 뚝 떼어서 가는 세월의 손에 줘서 보내고 꿈만 안고 살고 싶다. 
  꿈에 취해 살다보니 세상이 아름답다.
이 좋은 세상에 동갑 친구가 쓰러졌다. 뇌졸중이란다. 그 친구는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른다.”며 해 둘게 있으면 건강할 때 지금 해 두란다. 정리 해둘 재산도 없고 내가 할 준비란 미안함뿐이다. 안개가 눈앞에 자우룩하게 내려앉는다.
  가진 게 없으니 재산분배로 인한 다툼도 없을 터, 직업이 없는데 인수인계 할 문제도 없어서 좋으련만 신세지고 있는 분께는 꼭 갚을 기회를 만들어야 눈을 감을 듯싶다. 그래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남기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힌다.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자식들은 나보다 더 똑똑한데 이러쿵저러쿵 명언을 남기려고 애 쓸 수도 없다. 무얼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도 남길 것이 없을까.
  독일 말에 ‘Unterwegssein(도상적 존재)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길 위에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리라. 그 길 위에서 방향 선택은 스스로 하지만 현재 잘 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간다. 내가 온 길 돌아보아도 어떻게 살아 왔는지조차 모르겠다. 어정거린 것 같기도 하고 동동거린 것 같기도 하다. 남은 것은 아쉬움 뿐이다.
  이제 겨우 세상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고 그 반대일수도 있음을 깨닫고 아름다운 세상 가꾸기에 눈을 열고 있다. 이런 내가 무엇을 남기며 무슨 말을 남기랴. 나보다 더 잘났고 현명한 아들아, 딸아, 사위 며느리야 너희는 너희 방식으로 살아라. 너희들을 믿는다. 어미가 충분히 채워 주지 못했지만 현명하게 사는 모습, 고맙고 흐뭇하다. 그래서 걱정은 없다. 미안함뿐이지.  
  살아오면서 깨달음이 있다면 아내에게, 남편에게 배려하는 것은 자신을 위함이지 상대를 위함이 아니더라. 그러니 내가 준만큼 받으려 애 쓰지 말고 주는 보람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딸아, 아들아, 가슴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부탁이 있다. 오누이 서로 의지하며 자라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둘이서 웃고 대화하는 모습 바라 볼 때가 어미는 가장 행복했다. 남매간에 지녀 온 끈끈한 정, 이제는 넷이 구나, 김 서방이 꼬이지 않게 더 두텁게 보태주면 좋겠구나. 부탁한다. 살다보면 의견이 다를 때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누이 정을 쪼개지 말고 질을 향상시켜다오.
  너희들에게 물려줄 것은 꿈을 간직하라는 말 밖에 없다. 내가 가진 게 이것뿐이거든. 꿈은 곧 희망 아니냐. 생명의 끝 순간까지 꿈만은 꼭 붙잡고 살아라. 꿈이란 말이다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하는구나. 나는 꿈이 있어서 남은 길이 초라하지 않고 의젓하게 걸어 올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것이 나의 노후대책이기도 하지.
마지막 길에서 나 열심히 살았노라, 사람답게 살았노라 큰소리는 치지 못해도 초연히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너희들이 오순도순 살면 저절로 여유는 생길 게다. 소원이다.
  내가 할 말이 없다 해 놓고 끝이 없구나. 다 지우고 공항에서 게이트를 통과하는 절차처럼 한마디만 하라면, 부모 형제와 역려과객逆旅過客으로 함께 머물던 인연들에게 ‘폐만 끼치고 갑니다’ 자식들에게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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