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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와 지하철
[1394호] 2018년 09월 13일 (목) 이영란 webmaster@boeuni.com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어쩌면 선택된 행운인지도 모른다. 봄이 있기에 희망을 틔우고, 여름이 있기에 희망을 키우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유전자가 잉태를 하여 새 생명이 태어나고 유아기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치는 한 세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도 흘러 간 과거는 향수를 주고 지금의 생활은 앞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다. 내가 처음 서울을 간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이었다. 버스를 대여했지만 하루  종일 가야만 서울에 도착 할 수 있었고, 숙소는 아주 작은 집에서 한 방에 10여 명이 잠을 자야 하는 아주 좁은 곳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행복의 바구니 역할을 했다. 50여 년이 지나 서울의 거리는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중에서 대중교통의 변화가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기에 그런 것 같다. 처음 간 서울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전차였다. 긴 신작로에 마차, 자전거, 버스 등이 한 평면에서 전깃줄을 따라 다니며 똑같은 운전대가 앞뒤에 놓여 있던 전차가 너무 신기했었다. 전차를 타면 지금의 광화문 거리를 지나서 대통령이 계시다는 청와대 앞마당에 도착하여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역할을 승용차, 버스, 특히 땅속으로 다니는 지하철이 대신하고 있다. 지금은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장년의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간 서울은 지하철 1,2호선이 개통되어 한 번 타 보는 것이 영광이었던 때였다. 한번 타보더니 땅속으로만 가며 교통비를 한번만 계산되는 것이 신기한 열차를 계속 타고 싶다 떼를 쓰는 바람에 한나절을 지하철만 탔던 생각에 웃음이 난다. 지금은 지하철 연결이 잘 되어 서울의 웬만한 곳은 모두 땅속으로만 갈 수 있으니 과학의 힘은 역시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했을 때 전철을 보며 향수를 느낄 수 있었고, 교통수단인 버스, 택시, 자가용, 전차 등이 한 지상의 한 평면을 서로 양보하면서 흐름의 막힘이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 교통도 서로 소통하면서 양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다. 전차가 지나는 종소리가 들리면 버스와 승용차, 사람들이 옆으로 양보하고, 전철은 전깃줄을 따라 가며 승객들은 관광객을 향하여 손 흔들어 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참 실용적인 생활이라 생각했다. 땅속을 깊게 파지 않고도 교통체중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가 하면 터키의 전차는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꼭 한 번 타 보는 코스가 되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명동의 거리쯤 되는 곳을 한 칸의 미니 전차가 다니는데 아무도 불편하다 느끼지 않고 서로에게 인사하며 지나가는 모습에서 10칸씩 달고 달리는 우리나라 땅속의 지하철도 자랑스럽지만 서울의 거리도 땅 위로 다니는 전차 한두 대쯤은 남기어서 여유를 갖고 관광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맞다. 자연도 산업도 문화도 옛것과 지금 것이 잘 조화가 되어야 사람의 감성을 다스릴 수 있고 단점과 장점을 잘 살려야 앞으로의 삶에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철도의 대명사인 무궁화와 새마을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운행이 중단되었다. 70,80년대에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며 기차 안에서 사 먹는 간식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었다. 이제는 KTX, SRT라는 고속전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빨리 가고 편한 것도 우리가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느림도 우리는 함께 공유 할 수 있을 때 서로의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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