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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한 다발
[1378호] 2018년 05월 17일 (목) 이영란 webmaster@boeuni.com

  한낮의 햇볕이 따갑다. 마치 여름이 시작되는 초여름같이 우리가 느끼는 체감 온도와 오존지수, 자외선 지수는 계속 한 여름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이다. 예전에는 개나리가 지면 진달래가 피고, 진달래가 지면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면 아카시아가 피어 꽃을 감상하는 기간이 길었지만 요즈음은 환경 탓인지 동시다발적으로 피고 녹음이 짙어지는 시기가 빨라진 것 같다. 가로수의 하얀 이팝나무 꽃은 달리던 차를 멈추게 하고, 학교와 아파트, 관공서 울타리의 빨간 넝쿨 장미는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곤 한다. 역시 5월은 계절의 여왕답다. 장미꽃을 보니 문득 시골 학교에 근무 할 때 가정 형편 때문에 20여명이 한 집에서 살게 된 아이들이 스승의 날인 5월 15일 내가 출근하기를 기다리며 안겨 주었던 빨간 장미꽃 한 다발에 행복했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아날로그의 감성이 정말 풍요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빨간 장미가 만발 할 때는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을 위하여 만든 빨간 장미꽃 한 다발이 선생님과 학생들의 감성이 오가는 매체가 되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은 피아노도 잘 치시고,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예쁜 옷을 입고 출근하시는 모습은 시골 여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며, 도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했다. 이 음악 선생님은 장미꽃을 보시면서 들장미의 노래를 곧 잘 부르며 곡의 유래도 낭만적으로 해 주셨다. 또한 장미뿐만 아니라 꽃병에서 바로 시들어 마음을 아프게 했던, 함박꽃(작약)의 향기는 미술 선생님이 특히 좋아하셨다. 서울에서 오신 총각 선생님이셨는데 수채화를 전공한 화가 선생님으로 모든 것을 그림으로 설명 해 주신 낭만적인 분이셨다. 팝송을 처음 알게 해 주신 영어 선생님은 눈을 지그시 감고 창밖을 보며 가사를 시적인 운율로 가르쳐 주셨다.(시골 아이들이라 영어 팝송과 영시에 접 할 기회가 없어 우리들의 수준에 맞도록 맞춤형 교육을 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과 눈높이가 맞는 마음 착한 선생님들은 인기가 짱이었다. 학교 뒷산에 올라가 마을 풍경을 그리며 아카시아꽃 향기에 취할 때는 정말 행복한 마음이었다. 이렇게 마음을 즐겁게 해 주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끼리의 소통은 행복을 낳는다. 이 소통의 중요함을 너무나 많이 느끼는 요즈음, 행복했던 일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내가 학창시절이 아름다운 추억의 샘물이라 느끼듯이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도 즐겁고 예쁜 마음이 생각날까? 아이들과 함께 고무줄, 줄넘기, 사방치기, 공기놀이 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 해 학교에서는 오랜 세월 회색빛에 찌들고 먼지에 찌든 높은 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하였다. 한사람의 산뜻한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즐거운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잊을 수가 없다. 낙서와 오래된 빗물 자국으로 변한 학교 담과 헌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창고에 날아가는 새, 돋아나는 새싹, 뻗어가는 나무, 웃음꽃이 피어나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 손바닥으로 찍은 나뭇잎 등은 담과 헌 창고를 활기찬 파노라마 모습으로 만들었고,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하여 자라는 해바라기는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선생님의 정겨운 웃음과 같았다.
 행복한 사회는 마음의 향기를 품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 마음의 향기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마음에 배려라는 반찬을 얹어 놓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에 향기가 가득 담긴 장미꽃 한 다발에 행복의 눈물을 흘렸던 그 날이 그립다. 웃으며 장미꽃 한 다발을 안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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