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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주례사
[1367호] 2018년 02월 28일 (수) 김종례 시인 webmaster@boeuni.com

 드디어 아들이 장가를 갔다. 세파에 흔들렸는지 독신을 고집하다가 살짝 지각으로 가는 장가라서 그런지 부모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6개월 전쯤 아들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었다. ‘엄마, 결혼은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나는 뜻밖의 질문에 한참 망설이다가 대답하였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 파란만장한 동행의 길이지만, 혼자 간다는 것은 자신과의 씨름을 멈출 수가 없는 더욱 힘들고 외로운 길이 아니겠니? 우주의 섭리나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길이 좋을 것 같다.”아마도 두 사람이 중대한 결론을 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게 분명하였다. 오래 기도하며 기다려 왔던 사랑의 창가에서 커피 한잔 나누면서… 아무도 모르게 둘만의 주례사를 읊었을 것이 분명하였다. 그 후, 아들은 보름도 안 되어 며느리 감을 데리고 우리 부부를 방문하였다. 오케이 사인 후부터 숨 가쁘게 진도가 나아감으로써, 드디어 두 사람은 소망의 종탑을 올려다보며 믿음의 촛불을 밝히게 되었다. 춘분이 지나고 봄이 달려오는 길목에서 담임목사님을 주례로 모시고, 축시낭송과 사랑의 축가를 이벤트로 곁들였다. 그런데도 아직도 아들의 결혼이 실감나지 않음은 도대체 웬일일까!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신행을 온 두 사람을 앉혀놓고, 부모의 주례사라는 걸 다시금 하게 되었다. 기우에 지나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도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 보낼 수는 더욱 안 될 노릇이다.
‘두 뿌리에서 자라나 한 가지로 결합하는 연리지 나무처럼 행복한 가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당부한다.’로 시작한 부모의 주례사이다. ‘첫째로, 사랑보다 믿음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타령이 너무도 난무하다. 그러나 그 사랑 안에 믿음이 없다면 허구적인 사랑에 불과할 것이니라. 건축에 비교한다면 믿음은 기초공사요. 사랑은 아름답게 마무리 되어지는 인테리어나 도색공사에 비교되나니… 튼튼한 기초공사가 없이 화려한 장식이나 리모델링이 과연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 믿음을 바탕으로 평생 흔들리지 않는 부부애를 꽃피우길 간곡히 당부한다.’며 서두를 내어 걸었다. 둘째로, 작은 일부터 정성과 감사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부부로 살다보면 작은 일에서 섭섭함을 느낄 때가 더 많으므로, 작은 일에 감사하고 정성을 다하기 바란다. 예의와 배려심이 없는 말 한마디와 무례한 행동 하나에서 틈이 생기고, 그 작은 틈을 얼른 막지 못함으로써 큰 둑이 무너지느니라.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듯이…  一葉廢目 不見太山 (일엽폐목 불견태산) 낙엽 한장이 눈을 가리우면 커다란 산도 보이지 않는 법이니라.’며 고사성어도 덧붙였다. ‘셋째로, 서로 다른 가문의 문화와 성격을 조화시키려면, 이기심을 자제하고 이타심을 가져야 하느니라. 흔하게 말하는 易地思之(역지사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야 하느니라.’남자라고 여자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고, 여자라고 남녀동등권만 주장하지 말라는 평범한 당부도 빼 놓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출입문에다 <가화만사성> 대신에 <덕분입니다>를 써 붙이는 것이 어떨까?’로 질문을 던져 주면서 부모의 주례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다지도 추상적인 말로 장황하게 당부한다고 행복한 가정을 보증할 수 있다면야, 몇날 며칠 밤을 지새워서라도 주례사를 다시 하지 않을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부모들이 살아온 세월의 흔적과 결혼 생활의 수난기를 밑거름으로 말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그날 아들 부부에게 한 부모의 주례사는 온전히 우리 부부에게 되돌려 쏘아버린 화살이 되고 말았다. 배려와 정성이 부족한 탓에 섭섭하게 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넝쿨째 굴러 들어온 당신을 몰라보았던 지나간 여정을 서로 깊숙이 들여다보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마침 동석한 딸 내외의 ‘저희도 짧은 결혼생활이지만 반성과 다짐의 시간이 되었습니다’는 말에 다행이다 싶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뒤에, 우리 부부는 오래오래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연민의 늪에 뻐지고 말았다.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훈계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세월에 이마에는 주름살이 강물처럼 흐르고, 머리에는 세월밭에 내린 서리꽃이 저리도 만발해 가는 걸까!’그래서 사람들은 백발의 황혼에 족두리를 쓰고, 굽은 등에는 활옷을 걸치고 웨딩마치를 다시 울리는 금혼식이라는 걸 하나보다. 강물처럼 흘러가 버린 은빛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서로에게 부족했던 미안함을 붉게 타오르는 황혼빛으로 채색하며 말이다. 또한 자식에게 주는 부모의 주례사를 아려오는 가슴에 새기면서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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