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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를 돌아보다가
[1365호] 2018년 02월 08일 (목)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나라가 망하는 과정이 대부분 권력다툼이나 왕가의 지나친 사치가 원인이 된다. 조선의 마지막 또한 다를 바 없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권력 다툼에 한 쪽은 청을 부르고 한 쪽은 왜를 불렀으니 나라꼴이 어찌 정상일 수 있으랴.  
고종은, 어쩌다가 내나라 내 백성의 아우성을 듣지 못하고 당파 싸움에 청맹과니가 된 조정 대신들의 말만 듣고 우매하게도 동학농민 궐기에 청의 힘을 구걸했을까, 그 구걸이 나라를 빼앗기는 노둣돌이 될 줄이야, 고종황제의 뒤늦은 후회와 통탄은 36년 일본강점으로 백성을 지옥으로 인도했다. 동학농민들의 주동인물을 불러서 직접 만나 서로의 의견을 소통했다면 어땠을까. 왕의 귀와 눈을 막은 조정 대신들이 원망스럽다.
궁금령宮禁令에 의해 꼼짝없이 갇힌 고종은 가슴도 감각도 꽁꽁 묶였다. 이에 못지않게 얼어붙은 순종도 힘이라는 것이, 세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온 몸, 온 가슴으로 실감한다. 우물 안의 임금이면 우물 안에서라도 기를 펴야 할 게 아닌가, 허나 내 우물에서 소위 왕이라는 사람이 내 백성들보다 더 힘이 없다. 어쩌다가 객이 왕에게 궁금령宮禁令을 내리고 가둘 수 있는 세상이 되었던고. 세력만 키우면 왕도 가둔다.
반세기 전부터 일본은 계획하고 준비한 일이다. 조선을 발판으로 해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것. 그동안 우리 조선의 조정대신들은 세상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알려고도 않고 보복정치 파당싸움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나마 철새 떼처럼 황금에 몰리고 세력에 몰려다니던 대신들은 이미 친일 포대기에 감싸여서 듣도 보도 못한다. 아니 들을 필요조차 없다. 자기들은 친일이니까 세상이 뒤집히면 뒤집힌 세상에서 여전히 대감 노릇하면서 배부르게 살면 되니까 세상이야 엎어지든 바로가든 상관없다.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한다면 조선은 쑥대강이가 될 것임을 알고 있는 고종은 온갖 몸부림을 치는데 이기적인 손익계산에 바쁜 조정의 철새들은 친일에 매수되어 방해만 한다. 이완용을 중심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세뇌 되었으면 영혼 없는 철새들 중에는 진심으로 자신들이 애국인 줄 아는 자도 있다. 뒤떨어진 조선을 개혁해서 세계와 맞서는 나라로 키워주겠다는 꼬임에 줏대 없이 빠진 게다. 
고종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다. 1903년 시위대 1만 2천여 명을 갖춘 후 육군과 해군 창설 준비와 용산에 군부 총기제조소를 건립하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고종의 세력은 조정의 친일 철새들, 가르친 사위들의 방해가 지나치게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일제는 세계의 이목이 있으니 명분을 만들기 위해 툭하면 조약이니 의정서니 이름 붙여 강제로 낙인을 한다. 그나마 제국익문사를 거점으로 비밀리에 움직이는 애국 지식인들과 먼 타국에서 온 헐버트 같은 선교사들이 고종의 희망이요 믿음이다. 헐버트 선교사의 귀띔으로 헤이그에서 만국평화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손을 쓰지만 인간의 심리는 서양이라고 다를 바 없다. 뜨는 해를 반기지 날갯죽지 부러진 대한제국의 손을 잡아줄 리가 없다. 
러일 전쟁을 위해 땅이 필요했던 저들은 황무지 개간 권을 주면 황무지를 개간해 주겠다, 등 번지르르한 명분으로 땅을 점령했다. 대한제국의 시정개선을 위해 통감의 지도를 받는다(사실상 내정간섭)는 협약을 만들어 조정의 실권까지 장악했다. 저들은 쉽게 먹혀들어가는 조선의 대신들이 얼마나 한심했을까.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이용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철새대감들을 비웃겠지. 그 옛날 자기네 조상들이 굽실거리던 조선 선비들이 조센징이 되었다고 즐긴다.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과 조선은 서구 열강국의 수탈 대상이 되는가하면 승리한 일본은 서구 자본주의와 맞서 승승장구 한다.
반세기를 참을성 있게 야금야금 조선의 조정을 점령한 분통터지는 역사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아니 잊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36년의 억울하고 서러웠던 우리들의 부모님처럼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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