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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리움
[1361호] 2018년 01월 11일 (목) 박태린 (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webmaster@boeuni.com

지난해는, 3년 전 귀향을 한 제게 가슴속에 담고 있었던 불꽃을 하루도 빠짐없이 살라내게 하는 그런 해였어요. 바로 전통시장에서의 단파 음악방송DJ로서의 생활이 그러 했는데, 아주 그냥 룰루랄라 신이 났었지요.^-^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떠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몇 시간의 여유와, 평생토록 몸담아 온 음악이라는분야라서 행복했고, 인터넷이나 모바일까지 동원하여 보은의 행사를 알리면서 고향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든든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스스로에게 든든 했구요. 인터넷으로도 음악방송을 시작하자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은, 그리운 고향소식도 반갑지만 제 방송을 들으면서 다시 이어진 친구들과의 소통도 좋다고, 서로서로에게 보내는 선물로 음악신청을 해서 뿌듯했었지요. 이렇게 좋은 일이라면 봉사활동으로도 감사한데, 하루 3시간 일하고 월 백만원 정도의 수고료까지 받았으니 그야말로 제게는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 아싸~! 신난다는 수식어는 모두 끌어다 붙여도 모자랐어요.ㅋㅋ..
오래전어느 날 TV 다큐멘터리에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 떼의 무리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 가 날마다 삼년성을 산책하며 지낼 수 있기를 상상하곤 했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이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그런데 귀향의 절대적인 동기가 바로 친정어머니의 사망, 그리고 치매환자가 되어 홀로 남으신 아버지 때문이라는 현실은 너무도 큰 괴로움이었어요, 보은에서 태어나 타향에서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 왔으니,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열망만큼은 태양처럼 뜨거웠었지요. 방송실에 들어 갈 때마다 뵙게 되는 산외방앗간 내외분의 상쾌한 인사, 고객들과 점심 식사도 같이 하시는 <선곡상회>내부 모습, 늘 많은 고객들에게 둘러 싸여 지내시는 열정적인 경원상회 박창숙사장님. 항상 겸손하신 <남원떡집>사장님. 가수<볼빨간 사춘기>처럼 능금같은 양 볼이 매력적인 <백송상회>사장님, 능률적인 마케팅을 늘 연구 하시는 듯한 <동양상회>사장님. 지척의 전통시장이 지금은 문득문득, 그리움이라는 손님이 되어 찾아오네요. 단발머리 시절, 풍취리 마을 뒤편의 돌다리를 건너 6년 동안 여중고를 같이 다닌 종곡 살던 친구가 있었는데, 여름 장맛비에 물이 불어 돌다리가 물에 잠기면 맨발로 냇가를 건너야 하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 버린 논둑길을 걸어 학교를 가면, 종아리까지 진흙에 빠져 버리는 통에 교복 바지가 엉망이 되어 버리는 일은 일상..ㅠㅠ그때마다 교문에서 복장검사를 하시던 교감선생님께 불려가, 단정해야할 여학생 옷이 왜 이러냐고 꾸중 듣던 생생한 전설... 그때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속상했던 일들이 지금, 이렇게 가슴 아린 그리움으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옛이야기가 되었어요. 특히,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하다가 산비탈을 헤매이던던 삼년성에서의 기억은 어이 잊을 수 있으리오? 삼년성을 산책하며 대야리를 내려보다가, 그림처럼 이쁜 집들이 몇 채 보이기에 낙엽 가득 쌓인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대야리로 귀촌한 분들의 집이었어요. 순간,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보은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해서 들어와 살고 계시는 그분들이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놀랍게도 <갤러리>라는 안내판이 있는 하얀 이층집이 있기에 들어가 보았더니, 대전에서 귀촌하신 화가 손재옥&장광삼 선생님 내외가 계시는 집안 내부에는, 화가로서 40년 세월을 안고 살아 온 선생님 내외의 개성있는 예술 작품이 넘쳐나고 있었어요. 내 고향에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이 들어 와 계시다니...주위에는 청주, 대전에서 오신 분들이 모여 터전을 만들고 계셨는데, 신라시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삼년성의 후광을 받아 보은을 빛나게 해 줄 새로운 예술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인연이 만들어지고, 특별한 장소에 목표를 가진 사람이 만나면 역사가 만들어 진다는데, 여학교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나 유적지를 산책하며 옛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제 2의 인생을 위해 대야리에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는 이들도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 그분들에게 원주민들은 훈훈한 인정을 보내 주어, 많은 이들이 귀촌하고 싶은 곳으로 소문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각설하고 바라건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은,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꽃샘바람으로 스쳤다면 용서해 주시기를, 남이 내게 꽃샘바람으로 다가 왔다면 못난 부분을 지적해 주는 스승이 되어, 문득 문득 떠오르는 가슴 설레이는 첫사랑 같은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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