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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호식총
[1360호] 2018년 01월 04일 (목)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수년전 친구들과 태백산 정상에 올랐다가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산길을 내려온 일이 있었다. 계곡 건너 약간 평탄한 한 자리에서 삐죽삐죽한 산돌들이 원추형으로 쌓여있는 돌무덤을 보았다. ‘호식총’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그곳은 호랑이가 나타나기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뼈조각들을 대충 모아서 화장을 하고 그 위를 많은 돌조각들로 덮어 쌓은 “호식총”은 보는 지금 보아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언제 조성되었는지, 희생자가 누구인지는 하늘과 땅만 알 뿐이다.
 내 어릴 때만 해도 산에는 늑대들이 우글거렸다. 나도 여러 번 보았고 해질 무렴에 10리나 떨어진 학교에서 걸어서 귀가하는 신작로에서 내 뒤를 따르는 늑대를 동네개로 착각하기도 했다. 또 한번은 한문을 배우러 이웃 동네인 ‘도롱골’에 가서 늦어서 거기서 자려고 누웠는데 이산 저산에서 우는 늑대소리에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많던 늑대들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 전멸한 것 같다. 그 사유는 한국전쟁을 통하여 먹이인 짐승들이 사라졌고, 전쟁 후에도 경찰지서에서 주말이면 총을 가지고 나와서 산돼지, 노루 등을 잡아가곤 했기 때문에 먹이가 없어져서 모두 굶어죽은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산은 연료용으로 나무를 베지 않기 때문에 산림이 울창하여 모든 산들이 사람들의 출입이 어려울 정도로 울창해 있다. 그리고 산에는 늑대들의 먹잇감들도 흔해빠져서 그놈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인데도 씨가 말랐는지 그 많은 등산객들의 눈에도 띄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보호주의자들이라도 산에다 그 위험한 늑대를 다시 갖다놓아 방사하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워낙 교활하고 잔인한 놈으로 소문이 나 있는 동물이니까.
 그런 늑대도 호랑이가 있는 산에서는 맥을 못춘다. 산에 사는 모든 짐승들을 먹이로 하는 호랑이는 참으로 두려운 존재다. 기록에 보면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늑대는 기본이고 곰, 호랑이 등 무서운 맹수들이 우글거렸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산중의 왕인 호랑이는 화전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산에 짐승들이 많을 때는 호랑이는 주로 깊은 산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많아서 사람의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무하러 깊은 산속에 들어간 나무꾼들이나 아낙네들에게는 생명에 큰 위협이 되곤 했다. 그래서 산중 사람들에게 가장 큰 욕은 “호랑이 물어갈 놈”이었다고 한다.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쳤다는 산중의 왕, 호랑이를 나는 우리 산야에서 한번도 본 일이 없다. 그러나 그 무서운 호랑이에 관한 “이-전(예전, 옛날) 이야기”는 어릴 때 아버지를 졸라 무릎을 베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무서운 호랑이를 부리는 이가 산의 주인인 산신령이라고 생각했다. 산신령은 산중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신이었다. 산사에 가면 대웅전 뒤편에 조그만 사당이 있는데 그것들은 “산신각”, “칠성각” 등의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본래 산신각, 칠성각은 우리나라 민간신앙으로 오랫동안 전해오던 것인데 신라시대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이를 사찰내로 흡수한 것이다. 그 중 산신각을 들여다보면 예외 없이 산신탱화가 벽에 붙어 있는데 소나무 아래 한 노인이 호랑이 곁에 혹은 그 호랑이를 비스듬히 타고 앉아있고 옆에는 시종인 동자가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양이 대개의 산신각의 모습이다. 산신령을 모신 ‘산신각’에서 제사를 올리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었다.
 호식총! 사람의 몸이 호랑이의 밥이 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만일 그 시절에 당신이 인적 없는 산중 외길에서 호랑이를 만난다면 대책 없이 그놈의 밥이 되어 생을 마감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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