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등불 앞에 촛불처럼 명운이 걸렸을 때 분연하게 일어섰던 의기를 살핀다. 일본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대륙침략의 길목에 버티고 있는 우리를 침략했다. 그 횟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 때마다 분연히 나선 선현들이 있었다. 역사의 앞뒤를 가릴 것도 없고,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질 것도 없었다. 70이 넘은 고령임에도, 국가에서 시키는 일이 아님에도 국민이 분연히 일어서서 봉기할 것을 창의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농촌 노인 분발은 초야 충심(忠心) 바랬었고
국가를 좀먹는 적 백성(百姓)들이 쳐야하니
청년과 늙은이 가려가며 따져본들 무엇하리.
皓首奮견畝 草野願忠心
호수분견무 초야원충심
亂賊人皆討 何須問古今
난적인개토 하수문고금
나라를 좀먹는 난적! 누구나 쳐야하지 않겠나(倡義詩)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1833~1906)으로 1906년 74세에 의병을 일으켜 최후의 진충보국(盡忠報國)하였다. 구국의병항쟁의 불씨를 점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나라가 흥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와 마음을 잃지 않는 데 있으며 국권 없이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진리를 가르쳤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백발로 밭이랑에서 분발하는 것은 / 초야의 충심을 바랐음이라 // 난적은 누구나 쳐야 할 것이니 / 고금을 물어서 무엇하리요]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을 독려하는 시]로 번역된다. 침략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당하고만 살았다. 대륙의 교두보라는 지리적인 환경, 힘이 미약했었다는 국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 때마다 일어섰던 선현들이 있었다. 학도병, 소년병, 의병으로 불리면서 싸우다가 장렬히 죽어갔다. 한일합방 되기 전 일본침탈에서도 농민들의 봉기가 곳곳에서 일어나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지사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시적 배경 속에 태어난 작품이다.
시인은 늙은이들이여! 논밭에 나가 일하는 것 그만 멈추고 분연히 분발하여 초야의 충심을 보여야 할 때라고 전제하면서 난적은 국민 누구나 쳐야 하는 것이니 과거의 선례를 물어 무엇 할 것이이냐고 묻는다.
화자는 현재의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져서 무엇 하겠는가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우국을 만난다. 1905년(광무 9년) 11월 을사늑약을 막고자 하는 선현의 몸부림을 엿보게 되는 시문이다.
【한자와 어구】
皓首: 백발. 늙은 몸. 奮: 분발하다. 견畝: 밭이랑. 농촌에 살면서. 草野: 초야. 곧 농촌. 願: 원하다. 忠心: 충성스런 마음. // 亂賊: 난적. 나라를 어지럽히는 무리. 皆討: 다 토별하다. 何須: 무엇하겠는가. 問古今: 옛날과 지금의 사례를 물어서 무엇하겠는가.